독서이야기 31

책은 길이요 빛이다_ 향봉스님

나는 책을 즐겨 읽는다. 책 속에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스승이 있고 벗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병이든 효험이 될 수 있는 약이 있다. 목마름을 가시게 하는 물이 있다. 밥도 있다 반찬도 있다. 더러는 채찍도 만날 수 있다. 그리움도 있고 눈물방울도 있다.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쉼터도 있고, 눈높이를 높여주는 지식의 샘이 있다. 웃음이 있고 마음 짠한 슬픔도 있다. 다툼이 있는가 하면 평화도 있다. 행복과 불행이 촘촘하게 박혀 있고, 자유에 이르게 하는 이정표와 나침반도 만날 수 있다. 사랑 이야기, 영웅 이야기가 활동사진처럼 움직인다. 간접경험으로 아내나 남편이 될 수도 있고 메타버스의 가상현실 세계로 여행할 수도 있다. 책 속에는 온갖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생활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독서이야기 2023.10.08

책은 당신을 구원한다_ 송민경

(중략) 흔히들 책을 읽는 이유는 간접경험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책에서 얻는 간접경험을 통해 누구나 현명하고 지혜로워질 수 있다고 말이다. 이 말은 절반쯤 맞고 반쯤은 틀리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지식이나 경험 따위를 부지런히 쌓아간다고 해서 지혜와 분별력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 만약 당신이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가정해보자. 그게 무슨 책이든 상관없다. 수고스럽겠지만, 당신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인쇄되어 있는 검은 활자들을 모두 해독해야 한다. 하지만 책 한 권을 읽어내려가기 위해서는 한 단어나 문장, 그리고 단락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한 단어, 문장, 단락의 의미를 앞뒤의 단어, 문장, 단락의 의미와 대조해서 읽어야 하고, 심지어 지금 읽고 있는 문장을 수십 페..

독서이야기 2022.10.03

검사 일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 읽기_ 김웅

아이들이 그보다 더 싫어하는 말은 검사 일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이 무엇이냐에 대한 답이다. 아예 경기를 일으킨다. 백발백중 "에이" 하는 실망스런 탄성과 함께 분노를 유발하게 하는 그 답은 바로 '책 읽기'다. 물론 이 발언은 경험적으로 볼 때 매우 위험하다. 일단 너무 식상하다. 세상을 오래 살지 않았어도 책을 읽으라는 얘기는 머리카락 수만큼 많이 들어왔을 것이다. (중략) 하지만 '책 읽기'라는 대답은 아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학부모나 교사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공감을 얻는다. 어차피 강사를 선정하는 것은 분노한 학생들이 아니라 교사들이다. 마치 분유 광고와 같다. 분유를 먹는 것은 아기들이지만 사는 것은 엄마들이다. 그러고 보니 책 읽기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제대로 설명해본 ..

독서이야기 2021.01.12

책은 구글맵이다_ 전여옥

책 읽는 사람들을 보기가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의 생각이 얕아지고 철학이 없어진다고 학자들은 걱정한다. 모든 것을 손 안의 휴대폰에 의존한다. 스낵만 집어먹다 보면 영양가 있는 음식을 멀리하게 되는 것처럼 휴대폰 검색으로 날을 지새우는 우리는 이미 스낵컬처의 중독자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방송국에서 만난 후배작가와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저도 요즘 확실히 전보다 책을 덜 읽어요. 시간 나면 휴대폰 보면서 노닥거리게 돼요." 나 역시 그렇다. 감기로 꼼짝없이 드러누워 있던 어제 하루 종일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이런 날은 절로 한숨이 푹 나온다. 하루 종일 휴대폰 사생팬으로 활동했지만 내 손에 쥔 것도 내 머릿속을 채운 것도 없다. 물론 뉴스 검색도 착실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하..

독서이야기 2020.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