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27

완벽한 감사원장_ 이회창

법관이 된 뒤에도 명쾌하게 이론을 펴는 동료 법관을 볼 때면 내가 법관으로서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느껴지기도 했다. 또 복잡한 사건 기록과 씨름하다 보면 내가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심판자로서의 자질도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열등감이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먼저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씻어내야 했다. 내가 행했던 한 가지 방법은 하루 일을 끝내고 취침 전 묵상 시간에, 그날 일을 돌아보며 '나는 신이 이 세상에 내놓은 소중하고 귀중한 존재다. 누구도 나의 존귀한 삶을 해칠 수 없다'는 신념을 다지면서 상상 속에서 이 신념의 목표를 마음속의 옹달샘에 부어 부정적 생각의 쓰레기를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대법원,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거쳐 정치에 들어온 뒤에도 이런 묵상은 계속 되었지만 ..

좋은글모음 2026.02.16

부국강병을 거부한 사람들_ 김용삼

제2권 서문 서양 제국주의자를 대하는 법 서양 제국주의 세력들이 힘을 앞세워 밀고 들어올 때, 약소국의 생존법은 두 가지다. 구차하지만 그들에게 항복하여 달라는 것 다 주고 목숨을 구걸하거나, 그들과 대등하게 몸집을 키우고 무예를 익혀 감히 덤비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조선은 전자를, 일본은 후자를 택했다.일찍이 영국 유학을 다녀와 일본 외무대신을 지낸 이노우에 가오루는 외쳤다."우리 제국을 유럽 제국으로 만들어라. 우리 국민을 유럽 인민으로 만들라. 유럽적인 새로운 제국을 동양에 만들라. 이를 훌륭히 달성하면 우리 제국은 비로소 유럽 각국과 동등한 지위에 오를 수 있다. 우리 제국은 이것으로 독립하고, 이것으로 부강을 이룰 수 있다." 눈 하나 달린 짐승, 어패류 조선 지도부는 현실과 괴리된 '정신 승..

인물&역사 2025.12.07

달리기는 뇌 운동이다_ 정세희 교수

뇌는 살찌지 않는다 우리 몸은 비상 시를 대비해 잉여 칼로리가 생길 때마다 몸의 곳곳에 차곡차곡 저장한다. 내가 섭취한 것이 단백질이든 탄수화물이든 모두 지방으로 바꿔서 저장한다. 피부는 유연하고 복부에는 뷔페 음식을 몇 접시씩이고 넣을 수 있으니, 당연히 지방도 하염없이 쌓아둘 수 있다. 그렇게 우리 몸은 잉여 칼로리의 약 90%는 피하지방으로, 나머지는 내장지방으로 저축해 둔다. 우리 뇌의 무게는 체중의 2%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평상 시 우리 몸의 에너지 중에 약 21%나 쓰는 기관이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뇌는 에너지, 즉 지방을 평소에 비축해 두어야 한다. 그럼 뇌는 어디에 지방을 저장해 둘까? 머리는 복부나 피부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뇌는 두개골이라는 단단한 뼈 안에 이미 빈틈없이 꽉 ..

건강&심리 2025.10.26

모든 문제는 근본을 잘라내야 해결된다_ 도법스님

중도, 근본으로 돌아가면 참뜻을 얻게 되고양극단, 습관화된 생각을 따라가면본래 취지 잃게 되네. 귀근득지 歸根得旨수조실종 膸照失宗 (중략)실제 상황으로 생각해보자. 여기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될 거대한 나무가 한 그루 있다 해보자. 이 나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 귀근득지 歸根得旨 ", 밑동을 바로 자르면 일거에 문제가 해결된다. " 수조실종 膸照失宗 ", 잎 하나하나 가지 하나하나를 따로 자르는 방식으로 하면, 언제 처리할지 기약할 수 없다. 3아승지겁을 전전긍긍하게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베어버려야 할 나무를 귀근득지의 방법으로 처리할 것인가, 수조실종의 방법으로 처리할 것인가? 이 예를 사유 음미해보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이 어느 것인지 그 뜻한 바가 선명해진다. 삶의 문제를 다루는 ..

힐링&수행 2025.08.10

타고난 사주는 못 바꿔도 팔자는 바꿀 수 있다_ 양창순

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를 두고 헤르만 헤세는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세상의 변화는 우리 자신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다르고, 오늘의 나 역시 내일의 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어 표현 가운데 하나가 " I'm not what I used to be(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다)"이다.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Used to'의 뜻을 설명해주기 위해 인용한 문구가 내 삶의 지표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놀랍게도 이는 의학적으로도 입증된 바가 있다. 우리 몸의 세포들이 1년에 거의 98%씩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피부는 한 달마다, 간은 6주마다, 위장은 5일..

좋은글모음 2025.04.27

정신과 의사의 명리육아_ 양창순

식물은 가장 잘 맞는 토양에서 자라날 때 풍성한 꽃과 열매를 맺는다. 나는 부모가 아이의 적성을 일찍 찾아내어 그것이 잘 발현되도록 도와주고, 나아가 제대로 된 진로를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아이에게 그러한 토양을 제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성을 알면 아이는 좀 더 일찍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고 그것을 온전히 발휘해 나갈 수 있다. 또 올바른 진로 선택은 아이가 장차 탁월한 사회적 성취를 이루는 데 가장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거기에 더해 좋은 태도와 습관의 중요성을 가르친다면 아이의 앞날은 환히 빛나기 마련이다. 좋은 태도와 습관은 아이의 인간관계를 성공으로 이끄는 밑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중략) 장미꽃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너는 왜 백합이 아니냐고 하면 아이는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니 더욱 반항할 ..

교육&계발 2025.03.03

내가 똑똑한 사람보다 태도가 좋은 사람을 뽑는 까닭_ 박소연

돌이켜 보면 내가 언론사에 있다가 증권업계로 옮긴 건 호기심이 들어서였다. 금융 기사를 쓰다 보니 증권사에서 일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막상 증권사에 들어가자 경제 전반이나 주식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 보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뭘 해도 주눅이 들고 자신이 없었고, 그저 모든 게 힘들게만 느껴졌다. 게다가 당시만 해도 증권사에서 일하는 여자가 드물었기에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얼마 못 버티고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그녀가 나에게 "일은 어때? 잘 되니?" 라고 물었다. 나는 가볍게 말했다."아휴, 모르겠어. 그냥 하고는 있는데 힘드네. 해 보다가 안 되면 때려치우고 임용고시나 준비하지 뭐. 내가 애들 가르치는 거 좋아했잖아. 선생님도 해 ..

직장&관계 2024.07.20

내 죽거든_ 향봉스님

내 죽거든이웃들에게 친구들에게 알리지 말길관이니 상여니 만들지 말길그저 입은 옷 그대로 둘둘 말아서타오르는 불더미 속에 던져버릴 것한 줌 재도 챙기지 말고 버려버릴 것 내 죽거든49재다 100재다 제발 없기를쓰잘 데 없는 일로 힘겨워 말길제삿날이니 생일이니 잊어버릴 것죽은 자를 위한 그 무엇도 챙기지 말 것죽은 자의 사진 한 장도 걸어두지 말 것 내 죽어따스한 봄바람으로 돌아오리니피고 지는 들꽃무리 속에 돌아오리니아침에는 햇살처럼 저녁에는 달빛처럼더러는 눈송이 되어 더러는 빗방울 되어 티베트의 '당시옹'이라는 지역에서 고산증세로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다. 허름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병원도 없고 택시도 없다는 것이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안간힘을 다해..

좋은글모음 2024.07.04

움직이는 선원_ 향봉스님

중국의 임제 선사는 그의 어록에서 참선하는 수행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좌선을 기본으로 하되 걷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고요할 때에도 마음챙김의 정진을 한결같이 하라는 것이다. 가슴에 불길을 당기는 시원한 일화 하나 소개하겠다. 청원 선사에게는 마조라는 제자가 있었다. 마조는 날이면 날마다 나무 그늘 밑 바위에 앉아 좌선하는 모습으로 정진을 거듭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승이 제자에게 물었다. "자네는 맨날 앉아 있는데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제자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부처를 이루기 위해서지요." 제자의 당돌한 대답을 듣고 스승은 벽돌과 기왓장을 마련해왔다. 그러고는 스승은 앉아 참선 중인 제자 곁에서 벽돌로 기왓장을 요란스레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제자가 스승에게 대들었..

좋은글모음 2024.04.27

내성적인데도 성공할 수 있을까_ 김경일

직장에 다니는 분들은 제게 이런 질문을 자주 하십니다. "내성적인 직원보다는 성격이 활발한 직원이 임원이 될 가능성이 높을까요?" 학부모님들은 이런 질문을 하시죠. "제 아이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리더십이 부족하겠죠? 활달하고 외향적인 아이들이 학생회장도 하고 리더도 하는 거겠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내성적인 사람이 훌륭한 리더가 되는 길이 따로 있고, 외향적인 사람이 훌륭한 리더가 되는 길이 따로 있어요. 각자 자기한테 맞는 옷이 따로 있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내성적이니 리더가 되려면 내 성격을 바꿔야겠다'라고 생각한다면 여기서부터 큰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한번 생각해볼게요. 인지심리학자들이 지난 60여 년 동안 인간에 대한 데이터를 무수히 많이 축적했는데요.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보면, ..

직장&관계 2024.02.28

부캐 말고 본캐로 승부를_ 최인아

'자기답게 산다'라는 말 앞에 넣어야 할 단어 요즘 시대를 표현하는 말은 많지만 그중 빠지지 않는 것이 '개인의 시대'입니다. 각자 다 얼굴이 다른 것처럼 자신의 가치관대로 자기답게 살고자 하죠. 언어에 예민한 저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에서 우리 시대의 욕망이나 고민거리를 읽어내는데, 몇 년 전부터 '자존감'이란 말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자존감 수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게 그 방증으로, 스스로를 존중하자는 메시지에 수많은 사람들이 뜨겁게 호응했죠. 100만 부 넘게 팔린 김수현의 책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도 이런 트랜드를 잘 반영합니다. 돈이 많거나 적거나, 능력이 뛰어나거나 아니거나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즉 자기답게 살아가자는 생각에 저도 큰 응원을 보냅니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직장&관계 2024.02.17

Good relationship_ 김경일

앞서 말했듯이 1인 가구의 증가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게다가 노년층 1인 가구 또한 늘어나고 있다. 그래프는 연소득 1200만 원 이상인 남녀를 대상으로 1인 가구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것으로 그 결과는 연령대 별로 표시되어 있다. 젊은 층의 남성들은 그나마 50% 이상이 혼자 사는 것에 만족한다고 답했지만 30대 후반부터는 만족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그런데 재밌게도 여성의 경우는 웬만해선 이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연소득 1200만 원만 넘으면 혼자 사는 삶이 만족스럽다니, 대체 여성들은 어떤 종류의 인간이란 말인가. 이와 비슷한 다른 연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체로 비슷한 결과를 보여 주며 심지어 여성의 그래프가 우상향되는 결과도 많다. 즉, 1..

직장&관계 2024.02.11

나의 생활 염불_ 향봉스님

'감사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잠자리에 들고 일어날 때, 그리고 끼니 때마다, 걸어다닐 때 감사하고 고맙고 미안함을 느낀다. 살아 있어 손발을 움직일 수 있음은 하나의 축복이요 기적이다. 비어 있으면 비어 있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하다. 15년 전 새벽, 메주콩 삶는 데 쓰일 나무등걸을 어깨에 메고 법당 계단을 내려오다 앞으로 쓰러졌다. 한 쪽 다리와 팔의 기능을 잃어버린 순간이었다. 직감적으로 중풍이 왔음을 느꼈다. 이겨내야 한다는 의지력으로, 쓰러진 곳에서 주지실까지 60여 미터를 한 쪽 팔과 한 쪽 다리로 온갖 힘을 다하여 방에 이르게 된다. 중국에서 머문 7년 동안 침술을 익혔고 티베트에서 3년 머물 때 장의학의 기초를 배웠다..

힐링&수행 2024.01.06

영혼은 없다_ 향봉스님

한 거사와 나눈 대화이다. 거사가 물었다."불교의 근본사상이 무아인데, 그럼 영혼의 존재를 불교에서는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까?"다음은 나의 답변이다. 저의 대답 대신 경전에 담겨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우주만물을 창조한 브라흐만의 존재를 불교에서는 인정할 수 없듯이, 육체의 주인이라는 영혼의 존재인 아트만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 모이고 머물며 흩어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연기법칙이라 합니다. 정신작용도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상호 연관관계의 존재론적 반응일 뿐, 하나하나의 기능이 소멸되거나 기능이 멈추게 되면 정신작용도 정지됨을 무아라고 합니다. 아트만을 인정하면 브라흐만도 인정해야 될 것입니..

좋은글모음 2023.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