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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사주는 못 바꿔도 팔자는 바꿀 수 있다_ 양창순

정정진 2025. 4. 27. 08:28

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를 두고 헤르만 헤세는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세상의 변화는 우리 자신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다르고, 오늘의 나 역시 내일의 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어 표현 가운데 하나가 " I'm not what I used to be(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다)"이다.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Used to'의 뜻을 설명해주기 위해 인용한 문구가 내 삶의 지표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놀랍게도 이는 의학적으로도 입증된 바가 있다. 우리 몸의 세포들이 1년에 거의 98%씩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피부는 한 달마다, 간은 6주마다, 위장은 5일마다 새로운 세포로 거듭난다고 한다.

 

그처럼 내 몸의 세포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이 매 순간 바뀐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가 타고난 운명 역시 반드시 그대로 지속되리라는 법은 없다.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흔히 '타고난 사주는 못 바꿔도 팔자는 바꿀 수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팔자를 이루는 오행 속 기의 흐름을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실제로 임상에서 그러한 사례들을 많이 본다. 이론적으로는 안 좋은 사주를 갖고 있어도 자신이 노력하여 큰 성취를 이루는 사람도 있고, 그 반대인 사람도 정말 많다.

 

팔자를 바꾸려고 할 때 노력만큼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심상, 즉 내 마음의 흐름과 그 영향을 살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사주를 타고나도 그것을 갈고닦으려는 심상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좋은 사주의 운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 이는 마치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 이야기와 비슷하다. 주인이 여행을 떠나면서 주고 간 달란트 하나를 땅에 묻어버린 하인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또 다른 하인은 주인에게 받은 달란트 하나를 열심히 노력해 5개로 불렸는데, 주인은 먼젓번 하인의 달란트를 빼앗아 노력한 하인에게 주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여러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본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사는 심상을 가지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다.

 

반면 '나는 절대 안 돼'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경우에도 심상이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나 불안감을 갖고 있으면 일단 몸이 먼저 반응한다. 온몸이 차가워지면서 마치 혈관에 얼음이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반면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곧바로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작은 생각 하나도 그렇게 내 몸을 바꾸는데, 하물며 내가 바꾸지 못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이때 어떤 방향으로 나를 바꾸는 것이 좋은지 알게 해주는 학문이 정신의학이고 명리학이다. 앞서 두 학문 모두 내 인생을 디자인할 수 있게 돕는다고 했는데, 바로 이런 뜻이다. 언젠가 깊은 낙담에 빠진 사람이 내게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다. 나는 심리학적인 검사와 명리학적인 해석을 통해 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우선 그에게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라고 말해주며 상담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자만심이고 망상인지, 아니면 진짜 내가 이룰 수 있는 꿈인지 당신이 어떻게 아는가?"라고 되물었다. 나는 그에 관한 분석결과를 자세히 들려주면서 "당신은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충분히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몇 번 좌절에 부딪히면서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된 것뿐이다"라는 의미의 말을 해주었다. 그는 곧 내 말에 실린 간곡함을 알아차렸다. 그러자 예정되어 있던 상담 일정보다 몇 회 더 빠르게 놀라운 치료효과를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몇 안 되는 사람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그와는 반대로 젊은 날 일찍이 성공을 거둔 사람도 만난 적이 있다. 그의 자만심은 정말이지 보통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을 우습게 보고 자기의 짧은 지식을 자랑하기 바빴다. 자기가 아는 것을 상대가 모른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무시하고 멸시하기까지 했다. 그를 보고 있으면 "사람은 알기 위해 배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배운다"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였다. 그가 나를 찾아온 건 회사에서 곧 있을 승진 심사 때문이었다. 그가 다니고 있는 기업에서는 내게 승진 대상에 오른 모든 임원을 대상으로 심리검사와 몇 차례의 상담을 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나는 끊임없이 그에게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당연히 처음에 그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상담이 진행될수록 차츰 자신의 자만심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자만심이 정신의학적으로는 열등감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도 알게 되면서 말이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그런 모습을 숨기려고 더 자신만만하게 행동해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러고는 "자칫 시시한 사람으로 살다가 끝날 뻔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도록 도와주어 고맙다"라는 인사를 내게 건넸다. 그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고위 임원으로 승진했다는 소식이 내게 전해졌다.

 

두 사람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주에 능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으나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인해 그것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을 격려하고, 자신의 그릇에 맞지 않는 지나친 자만심으로 일을 그르치는 사람에게 경계의 메시지를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정신의학과 명리학을 동시에 활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다.

 

흔히 '팔자가 세다'고 하는 것도 알고 보면 팔자의 기운이 강하다는 의미일 뿐이다. 명리학의 기본은 기의 균형과 조화다. 따라서 강한 기운은 억제하고 약한 기운은 보충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주가 약한 사람들 중에는 자기를 지지해주는 학문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학문으로 자신을 정비하지 않은 채 돈과 권력을 탐하면 문제가 터진다. 신체적으로 몸이 약하면 일단 잘 먹고 잘 자서 체력을 보완한 다음에 운동을 해야 한다. 처음부터 근력을 키우겠다고 무리한 운동을 하면 탈이 나는 것처럼 사주도 그 기운이 약하면 학문과 덕의 함양을 통해 자신을 키운 뒤 그 기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면 사주가 강한 사람들은 밖에 나가서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힘이 센 사람은 운동을 하든지 해서 그 기를 발산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추운 사주를 가진 사람은 마음에 따뜻함을 더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그 차가움을 녹여내야 하고, 더운 사주를 가진 사람은 그것을 조금 가라앉히려고 노력함으로써 자기 인생에서 조화와 균형을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 바로 이런 것이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사주는 바꾸지 못해도 팔자는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명리심리학_ 양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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