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2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 것_ 김수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청객을 인터뷰하는데 청소년인 아들이 엄마에게 "엄마, 내가 나중에 벤츠 사줄게' 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 엄마는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물론 기특한 마음이다. 그런데 나는 좀 이상한 사람인지 어딘가 씁쓸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 아이는 엄마에게 벤츠를 사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그렇다는 거다. 탯줄을 끊는 순간 돈줄이 연결된다는 말처럼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양육비를 쓴다.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높은 교육비도 부담한다. 대학에 가면 수천만 원의 등록금을 내야 하고, 자취라도 했다간 집세와 생활비로 매달 몇 십만 원씩 부담해야 한다. 그러니까 자식들은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까지 부..

사회&문화 2020.12.04

정비공장 보험사기 이야기_ 김웅 검사

병원장을 불구속으로 기소한 후 부장이 나를 불렀다. 그러고는 서류봉투 하나를 건네주며 방에 가서 읽어보라고 했다. 두둑한 대봉투를 열어보니 내가 그 병원을 수사하는 동안 자신에게 들어왔던 나에 대한 투서와 음해들이 담겨 있었다. 곤경에 처했을 때 가장 쉽고 효과적인 해결책은 자신을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모함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함은 터무니없을수록 효과적이다. 너무나도 단정적으로 써놔서 진짜 이런 음모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중 절반만 사실이더라도 내가 이리 쪼들리며 살지는 않을 텐데 하는 마음에 좀 아쉬웠다. 하나하나 읽다 보니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부장이 그동안 이 모든 음해와 모함을 듣고서도 나를 의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혼자서 그 외압들을 다 막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

사회&문화 2020.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