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임제 선사는 그의 어록에서 참선하는 수행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좌선을 기본으로 하되 걷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고요할 때에도 마음챙김의 정진을 한결같이 하라는 것이다. 가슴에 불길을 당기는 시원한 일화 하나 소개하겠다.
청원 선사에게는 마조라는 제자가 있었다. 마조는 날이면 날마다 나무 그늘 밑 바위에 앉아 좌선하는 모습으로 정진을 거듭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승이 제자에게 물었다.
"자네는 맨날 앉아 있는데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제자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부처를 이루기 위해서지요."
제자의 당돌한 대답을 듣고 스승은 벽돌과 기왓장을 마련해왔다. 그러고는 스승은 앉아 참선 중인 제자 곁에서 벽돌로 기왓장을 요란스레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제자가 스승에게 대들었다.
"스승께서는 벽돌로 기왓장을 문질러 대체 무엇을 얻고자 그리 요란스럽습니까."
스승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벽돌로 기왓장을 문질러 거울을 만들려고 하네."
제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비아냥거리며 핀잔조로 말한다.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갈아보십시오. 기왓장이 거울이 될 수 없을테니까요."
그러자 스승이 기다렸다는 듯이 지혜의 칼날을 들어댄다.
"그렇다면 자네 또한 백 일이고 천 일이고 앉아 있어보게, 앉아서 부처를 이룰 수 없을 터일세."
그렇다. 이 스승과 제자의 대화내용을 이야기거리로 가볍게 여기지 말 일이다. 스무 차례 서른 차례 안거의 경력이 있더라도 깨달음을 이룰 수는 없는 이치이다.
죽비소리에 길들여진 안이한 수행풍토에서는 천지개벽하듯 변화와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좌선 위주의 선원에서 움직이는 선원으로 과감하게 그 기본이 바뀌어야 깨달음도 이룰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_ 향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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