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책

행정력, 리더십의 차이_ 김용삼

정정진 2019. 12. 8. 09:36


반면에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추진되어 노무현 정부 때 완공된 경부고속철도 건설은 투자비가 당초 예정보다 세 배나 늘어난 데다 공기가 계획보다 7년이나 늦어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천성산 터널 건설 과정에서 환경단체를 비롯한 종교인들이 도룡농 서식지 보호명목으로 공사를 지연시켜 2조 5,000억 원의 국고 손실을 초래하기도 했다.


뒤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천성산 터널이 개통되어 KTX가 하루에 수십 편씩 달리고 있지만 도룡농은 여전히 건강하게 잘 살고 있고, 습지도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다. 덕분에 수 조 원의 기회비용이 허공으로 사라진 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진 사람은 없었다. 과연 이것이 무엇을 위한 공사 지연이었는지 반성조차 없는 참혹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인천공항 건설도 숱한 엉터리 반대 여론으로 인해 투자비가 두 배 늘고 공기가 3년이나 지연됐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10년간 환경단체들의 반대 투쟁으로 공사 강행과 중단이 반복됐고, 4년 7개월간 재판으로 인해 공사가 올 스톱되는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당초 계획보다 1조 원의 공사비가 더 들었다. 서울 외곽순환도로 건설 과정에서 사패산 터널 공사를 둘러싸고 "수행 환경이 훼손된다"면서 일부 불교 승려들의 항의 시위와 재판으로 2년간 공사가 중단돼 당초 예상보다 6,000억 원의 예산이 더 들었다.


이처럼 황당무계한 사례들과 박정희 시절 국가역량을 총동원하는 총력전을 벌여 세계에서 최단 기간에 최소 비용으로 경부고속도로와 종합제철소를 건설한 것과 비교하면 행정력과 리더십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희는 신이 아니기에 이러한 기획 및 계획, 통합적 개발 방식의 업무추진 능력은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 개발한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박정희의 리더십은 군 시스템으로부터 강렬한 영향을 받았다. 군의 시스템적 사고, 수치를 중시하는 박정희의 에피소드 두 가지를 소개한다.


박정희가 광주의 육군포병학교 교장 시절 군수참모가 유류 현황을 보고하는 것을 듣고는 이렇게 지적했다.


"이봐, 지난 주에 232드럼 남았다고 했는데, 오늘까지 추가 소모가 없었는데도 왜 잔고가 212드럼이 됐어? 20드럼은 어떻게 된 거야?"


이렇게 구체적으로 물으면 참모들은 할 말이 없어진다. 지휘관이 수치에 통달해 있으니 그 후로는 모든 참모들이 차트를 들고 현장을 부리나케 뛰어다니면서 확인하고 기록을 해야 했다. 당시 포병학교는 논산훈련소에서 기초훈련을 마친 신병들을 받아서 4주간 포병 교육을 실시한 후 자대에 배치시키고 있었다. 포병학교 교육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되면 당장 포차를 끌기 위해 운전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포병학교에는 교육생들에게 운전교육 과정이 개설되어 있었다. 그런데 말이 운전교육이지 실제로 운전대를 잡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어느 날 박정희 교장이 오정석 교육처장에게 "신병들이 운전교육때 핸들을 잡는 실습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조사 결과 교육생들이 실제로 운전석에 앉아 운전교육을 하는 실습시간은 한 시간도 채 안 되는데 비해, 민간 운전학원의 경우 면허를 받을 때까지 대략 15시간 정도 실습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내용을 보고 받은 박정희는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포병들의 운전 실습을 민간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추가로 필요한 교육 기간과 차량, 유류 소모량, 예산이 얼마인지 산출해서 보고하시오."


박정희 혁명_ 김용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