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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 고비를 넘기는 영적인 힘_ 조용헌

정정진 2019. 2. 8. 09:07


한 세상 살다 보면 참으로 아슬아슬한 순간이 많다. 지나고 보니 '내가 어떻게 저 고비를 넘어왔을까. 참으로 다행이었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여러 번이다. 그 당시에는 내가 잘나서 그 고비를 넘긴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조상들의 혼령이 도와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거의 죽을 수도 있었는데 경미하게 그친 일, 몸이 무척 아파서 세상을 떠날 수도 있었는데 묘하게 도움을 받아서 무사히 넘긴 일, 관재수에 걸려 엄청 고생할 뻔했는데 귀인의 도움으로 헤쳐 나온 일 등이다. 사업가들도 한두 번 자살할 고비를 겪지 않은 사람이 없다. 거의 자살 직전까지 갔다가 예기치 못한 도움이나 상황 반전, 그리고 귀인 덕분에 위기를 극복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보호령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 사람 뒤에서 위기상황 때마다 도와주는 영적인 힘이 보호령이다. 누구에게나 보호령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로 보호령이 존재하는 사람이 있다. 이때의 보호령은 대개 그 집 조상들의 영혼이다. 부처나 예수 같은 성인들은 지혜를 주지만, 그 사람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주거나 복을 주는 존재는 조상들의 영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보호령이 존재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말이 많지 않다. 상대방과의 대화에서도 주로 듣는 쪽이다.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경청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쉽게 성질을 내지 않는다.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사소한 일에 잘 삐치지 않는다. 어지간한 일은 대범하게 넘어가는 아량도 있다. 그리고 안색이 탁하지 않고 대체로 맑다. 인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대개 이런 사람들의 등 뒤에서 보호령이 작동하면서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등 뒤의 보호령이 도와준다는 생각을 못 할 수도 있다. 도와준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는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나 어머니 또는 친척이 나타나서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다. 그런 꿈을 꾸면 생각이 조금 바뀐다. '어떤 초자연적인 정신세계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구나.'하고 겸손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서양문화에서는 이런 보호령을 수호천사로 통일했다. 서양그림을 보면 어린아이 얼굴을 하고 등 뒤에는 날개가 달린 모습으로 수호천사가 그려졌다. 개개인의 보호령을 너무 많이 열거하면 복잡해진다. 잘못하면 삿된 길로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도량형 통일하듯 보호령들을 통틀어 수호천사로 통일했다고 본다.


보호령 말고 '몸주'라는 개념도 있다. 몸주는 그 사람의 몸속에 들어와 주인노릇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보호령과 몸주의 차이는 무엇일까. 보호령은 병풍처럼 등 뒤에 있으면서 그 사람 운명의 고비에서 도움을 준다. 반면 몸주는 병풍처럼 등 뒤에 있지 않고 몸속에 자리를 잡는다. 몸주가 자리를 잡으면 샤먼, 즉 무당이 된다. 샤먼이 되면 초능력이 생긴다. 상대방의 앞일이나 어떤 사건의 전개과정이 눈에 보인다. 미래를 미리 본다는 것은 권력이다. 권력에는 돈도 따른다. 다른 사람들이 샤먼의 말을 잘 듣고 샤먼에게 복종하는 경우도 생긴다. 앞일을 보는데 어찌 고분고분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단점이 있다. 매사에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듯이 말이다. 몸주가 자리를 잡아 샤먼이 되면 자유가 없어진다. 이성의 영역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몸주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자기 생각이 없어지고 몸주의 포로가 된다고나 할까. 이렇게 되면 남들의 미래를 보는 초능력은 얻지만 자신의 자유는 없어진다.


도사와 샤먼의 차이는 이 자유라는 부분에서 발생한다. 상식과 이성에 바탕을 두면서도 미래를 내다보는 초능력이 있으면 도사고, 몸주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샤먼에 머물고 만다. 그리고 샤먼의 능력도 시간이 흐르면 차츰 약화된다. 특히 본인의 사적인 욕망을 충족하는 도구로 미래 예측력을 사용하다 보면 배터리가 방전되어 버린다. 방전되면 껍데기만 남는다. 이게 샤먼의 문제점이다. 접신이 되더라도 그 능력을 공익적인 목적에 쓰면 오래가지만, 자기 돈 버는 데만 쓰면 오래가지 못한다. 보호령과 몸주는 분명 다른 차원이다.


-조용헌의 '인생독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