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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보이는 마음이다_ 조용헌

정정진 2019. 2. 11. 14:38


요가의 동작은 수백 가지가 있다. 이 수백 가지 동작을 통해 육체를 단련한다. 요가는 일단 육체에 집착한다. 육체가 망가지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정신력도 망가진다. 신외무물이다. 육체가 먼저 단련되어야 정신도 단련된다는 게 요가의 노선이다. 육체는 '보이는 마음'인 것이다.


대부분의 종교는 육체를 하찮게 여긴다. 하지만 육체를 하찮게 여겼다가는 낭패 본다. 육체를 단련하기 위해서는 일단 육체에 대한 집착이 필요하고, 이 집착은 여러 가지 동작 수련으로 표현된다. 인도 고대어인 산스크리트어로 동작을 '아사나'라고 부른다.


육체를 단련하는 수백 가지 아사나 중에서 나는 '부장가 아사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른바 코브라 자세이다. 코브라처럼 상체를 위로 들어 올리는 자세다. 바닥에 엎드렸다가 가슴 옆으로 양손을 짚고 서서히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 동작이다. 고개도 뒤로 젖힐 수 있는 데까지 젖혀본다. 마치 코브라가 고개를 들고 일어서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아사나 이름도 '부장가(코브라)'다.


이 자세를 하면 좋은 점이 무엇인가? 우선 허리디스크 예방에 좋다. 요추 3번을 교정한다. 특히 농부들이 밭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엎드리거나 허리를 수그린 채 장시간 있게 된다. 도시인들도 대부분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있다 보니 척추뼈의 요추 3번 자리가 억눌린다. 앞으로만 굽히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부장가 아사나는 뒤로 젖히는 자세다.


앞으로만 굽히면 허리와 가슴이 구부정하게 변한다. 구부정하게 되면 결국 디스크로 간다. 부장가는 허리 척추뼈를 뒤로 젖히는 동작이다. 후굴 자세다. 나이가 들수록 자세는 앞으로 굽어진다. 굽어지면 겸손해지는 효과는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비전은 약해진다.


뒤로 젖혀야 비전이 나온다. 젊은 사람은 뒤로 버티는 자세에 익숙하고 늙으면 앞으로 숙이는 자세에 익숙해진다. 일장일단이 있다. 뒤로 젖혀야 낙천성이 생기고 우울감이 줄어든다. 부장가 아사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앞으로만 굽어지는 허리뼈를 교정해주는 동작인 것이다.


요추 3번을 명문혈이라 부른다. 사람의 명이 혈자리를 통해 들락날락하는 것이다. 그만큼 비중 있는 자리다. 아랫배 쪽의 치골 바로 위에 위치한 혈자리가 석문혈이다. 부장가 아사나를 하면 이 석문혈이 열리는데, 석문혈은 단전호흡의 근본이 되는 혈자리다. 석문혈이 열려야만 단전호흡이 제대로 되는 것이다.


이어서 중완혈도 열린다. 배꼽과 명치의 중간쯤에 자리 잡은 혈자리다. 중완혈이 열리면 소화기능이 급속하게 향산된다. 위암을 예방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풍지혈도 열린다. 뒤통수 쪽 귀밑에 있는 지점이다. 부장가를 하면서 고개를 뒤로 젖히다 보면 풍지혈이 자극되어 열리게 된다. 풍지혈이 열리면 목덜미 잡고 쓰러지는 질병을 예방한다. 뇌졸증, 뇌경색을 예방해주는 것이다. 풍지혈이 막히면 중풍이 온다.


부장가 다음으로 하는 자세가 '쟁기 자세'다. '할라 아사나'라고 한다. 천장을 보고 누워 있다가 두 다리를 들어 올려 머리 뒤로 젖히는 자세다. 이걸 하면 목 뒤쪽의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글을 쓴다고 생각을 많이 하고 컴퓨터를 많이 들여다보면 반드시 목 뒤쪽이 뻣뻣해진다. 목 뒤가 굳어 버리면 공황장애도 오고 불면증도 올 수 있다.


쟁기 자세를 10분 정도 하면 목 근육이 풀린다. 목이 풀리면 심장 쪽으로 가는 경락도 풀린다. 심장마비 예방 자세인 것이다. 하타 요가에서 쟁기 자세를 '심장마사지 자세'라고 부르는 이유다. 심장에 쌓인 긴장을 풀어주는 데는 쟁기 자세가 특효다. 수승화강의 가장 확실한 처방이기도 하다.


아사나를 자주 하면 허리와 가슴이 펴지고, 뭉친 근육이 풀어진다. 막혀 있던 기의 통로가 뚫린다. 몸과 정신의 기운이 잘 돌아간다. 업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말과 행과 생각으로 인해 생기는 모든 결과가 업이다. 원고 쓸 때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나는 자꾸 어깨와 가슴이 오그라든다. 이 오그라드는 업보를 청산해주는 자세가 아사나이다. 농부가 밭에서 일하면서 생긴 여러 병통 즉 농사의 업을 청산해주는 것도 아사나이다.


요가는 돈도 들지 않는다. 담요 한 장 방바닥에 깔아놓고 하면 된다. 운동장에 갈 필요도 없고, 필드에 나갈 필요도 없다.  파트너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운동도 아니다. 혼자서, 자기 편한 시간에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돈에서 자유로운 운동이 요가이다.


루마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종교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는 그의 명저 <요가>에서 요가의 목표를 '불멸'과 '자유'로 정의한 바 있다. 아사나는 일차적으로 육신의 건강을 목표로 하지만, 최종 지향점은 불멸과 자유다.

인생에서 '불멸'과 '자유'만큼 중요한 가치가 어디 있을까.


- 조용헌의 '인생독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