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면에서 보자면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그 친구들에 비하면 가진 것도 별로 없고 머리도 좋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 부모님은 내 자존감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키워주셨다. 필요 이상으로 공부를 강요하거나 당신들의 뜻대로 통제하려 하시지 않았다. 그리고 인생에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꼭 필요한 조언과 따뜻한 위로를 주셨다. 덕분에 나는 부모님 곁을 떠난 스무 살 이후부터 독립적으로 내 삶을 꾸려갈 수 있었다.
시골 출신에 스펙도 전혀 없었지만 나는 남들을 곁눈질하며 기죽지 않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키워갔다. 당장 버거운 현실이 힘겨워도 10년 후에는 잘될 거니까 천천히 가자고 스스로에게 얘기했고, 힘든 시간을 겪어도 스스로를 무너지지 않도록 다잡을 수 있었다. 내 자존감이 마치 부모처럼 나를 지켜줬고 키워줬던 것이다. 부모에게 매번 묻지 않아도, 매번 울면서 위로를 구하지 않아도 됐다. 나이에 맞게 잘 커준 내 자존감이 항상 내 삶의 동반자가 되어주었으니까.
지금까지 내가 만난 리더들, 특히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되게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속 깊이 자신을 믿고 존중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이건 결코 교만이 아니라 내 탄생의 힘을 믿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나를 위한 가장 괜찮은 선택을 나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는 힘이 대단했다.
내가 엄마가 되어서 세 아이에게 가장 신경 썼던 것도 바로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일이었다. 당장 다른 엄마들처럼 입시 정보를 꿰고 있지도, 유명 학원을 잘 알지도, 아이들 성적을 관리하는 일도 못했지만, 아이의 심장이 스스로 뛸 수 있도록, 어떤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자존감의 펌프질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런 내 육아 철학 덕분인지 세 아이 모두 씩씩하게 자기 꿈을 좇으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기회를 만나면 열정을 불태워서 뭔가 이뤄보기도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확신하게 됐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매일 아침 빵집에서 만나는 옆집 여자의 정보가 아니라 바로 나, 엄마가 주는 '자존감'이라는 것을. 공부 실력은 공부만 잘하게 하지만 자존감은 모든 것을 잘하게 한다. 인생의 만 가지 문제를 풀어내는 최고의 기초 과목인 자존감은 감히 국영수에 비할 게 아니다. 국영수를 잘하면 대학만 잘 가지만,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그 힘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엄마라면 한번쯤 멈추고 생각해봐야 한다. 머리를 키우는 데만 집중하다 정작 키워야 할 마음은 쪼그라들게 만든 것은 아닌가. 오히려 아이의 자존감을 상처 내고 있는 건 아닌가. 지금 나는 아이의 자존감을 제대로 키워주고 있나. 자녀의 마음에 귀를 대고 정직하게 물어봐야 한다.
엄마의 자존감 공부_ 김미경
'교육&계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가 가진 다섯 가지 천재성_ 김미경 (0) | 2018.09.13 |
---|---|
아이는 고유한 영혼으로 탄생한다_ 김미경 (0) | 2018.09.13 |
창조적 아이디어는 거듭된 생각에서 나온다_ 윤석금 회장 (0) | 2018.08.29 |
독일, 최고의 실용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_ 양돈선 (0) | 2017.12.30 |
새로운 '류'로 승부하라_ 조훈현 (0) | 2016.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