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순례의 시작입니다. 열여섯 살 나이로 서라벌 행을 결심할 때 나는 새벽이라는 아명을 버리고 원효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주었습니다. 그때 숙부가 남긴 이 시가 내게 힘을 주었습니다.
머리와 가슴에 횃불을 밝혀라. 그것이 청년의 일.
밝힌 횃불을 꺼뜨리지 않도록 힘써라. 그것이 노년의 일.
기억하라. 머리와 가슴에 횃불이 없는 자는 이미 죽은 사람.
젊어서는 너무 이글거려 괴롭고
늙어서는 자꾸 꺼지려고 해서 괴롭구나.
괴로워도 횃불이 없는 자는 산 자가 아니네.
님하, 머리와 가슴에 횃불을 잘 보호하여
대해 청산을 관통하라. 그것이 인간의 길.
이제 나는 나에게 소성이라는 이름을 주려 합니다. 나는 원효라는 큰 그릇이 아니라 소성이라는 작은 그릇입니다. 큰 그릇과 작은 그릇이 있으되 부처의 본래면목을 깨달음에 있어 한 치의 차별 없이 본래 한마음임을 다종 다기한 작은 그릇들인 백성들과 함께 입증해 보일 것입니다."
발원_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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