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문즉설](5)‘盧대통령 조사 낭독’ 한명숙 전총리 - 경향신문 11월 9일자 “부드러움이 곧 강함 공권력 대신 대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조사를 낭독했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기 때문일까. ‘즉문즉설-우리시대, 비폭력의 길을 묻다’의 다섯 번째 손님으로 나온 한명숙 전 국무총리(65)와 참석자들의 ‘즉석에서 묻고 답하기’는 노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두 사람을 놓고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전 총리는 ‘부드러움이 곧 강인함’이라고 역설하며, 용산참사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는 정부는 정부가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참여정부 때 농업이 파탄나고, 평등의 가치가 후퇴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대안적 사회의 가능성은 시민들의 자발적 공동체와 정치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즉물즉설-우리시대, 비폭력의 길을 묻다’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김영민기자 6일 저녁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이 자리에는 80여명의 사람이 왔다. 행사는 언제나처럼 참석자 모두가 세 번 절함으로 시작했다. 하늘과 땅, 사람을 모두 이롭게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한 전 총리는 “종교인, 생명평화 운동가들과 달리 속물적인 정치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깊이 있는 질문에 답할 자신이 없다”며 부드러운 웃음으로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때는. “결혼 6개월 만에 남편이 공안사건으로 구속돼 13년 반 동안 생과부로 살았다. 혼인신고도 못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것이 하나의 고통이었다기보다 시대인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가난하게 살면서 강도 높게 사회운동을 했기 때문에 하나뿐인 아이에게 충실하지 못했다. 손 잡고 집을 나설 때 어린 아들이 ‘엄마, 나 오늘은 어디다 맡길 거야?’라고 물어올 때 가슴이 아팠다.” -같은 여자로서 묻고 싶다. 노 전 대통령이 한명숙님의 부드러움을 가장 부러워했는데, 부드러움이 강인함을 이길 수 있다고 보나. “강인함과 부드러움은 반대가 아니라 깊은 곳으로부터 연계돼 있다. 이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문제로 이어지는데, 지금까지는 남성성이 지구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역사가 진보해 왔다. 그 와중에 생명·평화의 가치는 비주류 가운데서도 비주류다. 이것이 극단에 달했는데, 계속 그렇게 간다면 지구가 멸망할 것이다. 남성에게도 여성성이 있다. 가려져 있던 여성성을 많이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통치자도 마찬가지다. 공권력이 아니라 느리더라도 대화로 하자는 게 부드러움이요, 강함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용산참사처럼 비참한 일이 벌어졌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협상할 자세도 돼 있지 않다. 그러면 국민들의 마음을 녹일 수가 없다. 그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국가 간 무한경쟁의 시대에 생명·평화의 가치가 확산된다면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가. “사안 하나하나만 본다면 지금 국가들이 가는 방향은 생명·평화의 가치와 배치된다. 하지만 길게 본다면 행복하고 편안한 삶이란 게 생명·평화다. 전 지구의 시스템 자체가 변하고 있다. 환경 파괴로 지도가 바뀔 상황이다. 엄청난 재난으로 우리 모두 죽어갈 수 있다. 국가 간 경쟁과 개발은 자연의 자기 치유능력을 넘어선 수준으로 갔으며 우리는 모두 자연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 기업가, 정치인들이 그들의 사업, 국정 운영에 생명·평화의 가치를 넣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올해는 정의가 타살된 해다. “역사상 어떠한 때에도 정의가 햇빛처럼 빛나는 때는 없다. 다만 정의는 여기저기 살아있을 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양심적인 사람이었다. 거짓말 못하고, 자기가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하지만 봉하마을 갔을 때 생전의 노 전 대통령은 ‘권력을 쥔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진보를 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인간적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나 그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을 편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또한 노 전 대통령 취임 당시 500만명이던 농민이 퇴임 때에는 350만명으로 줄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한·미 FTA는 농민들에게는 대재앙이었다. “죄송하다. 역부족이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실제 국정을 운영해보면, 한국의 경제적 지위를 수치상으로 상승시키지 않고 가시적으로 후퇴시킨다면 권력이 그 자리에서 무너지는 상황이 온다. 당장 경제 성장을 중시하는 현 구도 아래서는 농업에 대한 중시는 국정운영 내에서 전혀 존재할 수가 없다. 안타깝다. 사실 세계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로 굴러가는데, 한국도 전 세계가 경쟁하는 그 레일 위에 올라 있다.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 레일에서 내려와 도로로 갈 것인지, 후진할 것인지 엄청난 정책 전환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가 신자유주의 일색으로 가다가는 망한다는 자성을 하고 있지만, 그런 전환은 단시일 내에 쉽지 않을 것이다. 가령 핵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문제도 국민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려는 준비가 돼 있지 않고 당장 산업에도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은 소공동체 운동을 곳곳에서 함으로써 생태의 가치가 너무 자연스러워지고, 그럼으로써 행복해진다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진다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또 밖에서 정치를 견제할 때 변화의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손제민기자> |
* 출처 : 생명평화결사 홈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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