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종교

풍요로운 감옥_ 법정스님

정정진 2009. 8. 7. 21:45

 

귓속의 귀에 대고

 

미국의 철학자 마르쿠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풍요로운 감옥에 비유했다.

감옥 속에 냉장고와 세탁기가 갖춰져 있고

텔레비젼 수상기와 오디오가 놓여 있다.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자신이

그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이런 풍요로운 감옥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것이 진정한 인간이고,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며,

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근원적인 물음 앞에 마주서야 한다.

 

그런 물음과 대면하지 않으면

진정한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없다.

항상 자신의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라.

나는 누구인가.

자신의 속얼굴이 드러날 때까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건성으로 묻지 말고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귓속의 귀에 대고 간절하게 물어야 한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있다.

그러나 묻지 않고는 그 해답을 이끌어 낼 수  없다.

 

나는 누구인가.

거듭거듭 물어야 한다.

 

- 법정스님의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