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주의 문화와 행복의 정치학
김종철 이 암담한 시대, 우리가 외롭고 가난하지만, 이웃이 있고 친구가 있고 그리고 사상적으로
무장이 되어있다면 이 암담한 시대를 견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돈만
아는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에게 바보가 되라고 강요하는 이 체제에 대해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씨와 점심을 먹으면서 들은 얘기인데, 상당히 뜻깊은 이야기인 것 같아서
여러분께 전하고자 합니다. 지금 달라이 라마가 이끌고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총리로 계신 삼동
린포체라는 분의 이야기입니다. 이분은 매우 존경할 만한 현자라고 하는군요. 이분이 최근 이런 말씀
을 하셨답니다. 지난 40년 넘게 중국의 군사적인 점령 통치 하에서 티베트 사람들이 온갖 억압과
고초와 악행을 당하면서도 티베트 문화는 본질적으로 아무 훼손 없이 유지되어 올 수 있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지난 10년간 티베트에도 소위 온 세계를 휩쓸고 있는 소비문화가 들어왔는데, 불과 10년간의
소비문화에 노출된 결과 지금 티베트 문화가 뿌리로부터 훼손되고 있다는 겁니다. 결정적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기 계신 젊은이들한테는 듣기 거북한 얘기일지 모르
지만, 저도 한 30년 동안 대학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절박하게 느끼는 문젭니다. 우리가 군사정권 밑에
있었을 때에는 젊은이들이 대단히 똑똑하고 생기가 있었습니다. 눈빛도 빛나고 기백도 있었지요. 그리고
우리들끼리 상당히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군사독재 시대가 끝나고 90년대 이후 상업소비
주의 문화가 창궐하면서 그런 기풍은 어느새 사라지고, 우리 젊은이들이 방향을 잃고 혼돈 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인상이 뚜렷해졌어요. 자기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르고, 역사에 대해서도 무지하고 관심도 없고, 그냥
매스미디어에 놀아나면서, 소비주의 문화에 홀려서 갈팡질팡하고 있을 뿐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소비주의 문화만큼 무서운 게 없는 것 같아요. 정치적인 억압보다도 훨씬 더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삶을 비천하게, 비인간적으로 만들고, 근원적으로 무기력하게, 빈곤하게 만드는 게 소비주의 문화라고 할 수
있어요. 티베트의 이야기, 40년에 걸친 정치적 억압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던 공동체와 전통문화가 불과 10년도
안된 소비주의 문화의 압력때문에 뿌리에서부터 붕괴되고 있다는 이 가슴아픈 이야기는, 우리가 이 시대에
사람으로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 데 깊이 참고해야 될 의미심장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만 끝내겠습니다.(박수) (통역 - 박혜영)
- 김종철 <녹색평론 75호, 2004년 3월~4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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