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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가치 존중, 그것이 희망이다_ 신영복

정정진 2009. 5. 5. 19:09

신교수는 최근의 금융 위기가 이러한 인간 가치를 등한시한 결과라고 말했다.

 

"오로지 수치로만 환산하는 금웅의 논리에는 인간적인 배려가 끼어들지 못합니다.

신용 평가 기준 수치가 높아야만 돈을 빌릴 수 있으니까요. 정반대 사례가 무하마드 유

누스 박사가 세운 그라민은행입니다. 빈민들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고 싶

다는 인간적 가치 공감에 의해 세워진 은행이죠. 담보나 신용 평가 점수 없이 인간적인

교감으로 거래하고도 파산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는 자연히 우리 시대 인간의 위상으로 이어졌다. 신교수는 오늘날 인간의 위상

이 크게 떨어진 원인으로 관계와 만남의 황폐화를 들었는데, 관계에 대한 짧은 체험담

하나를 소개했다. 신 교수는 밤마다 시끄럽게 쿵쾅거리는 윗집 아이 때문에 글을 쓸 수

가 없었다. 하루하루 아이에 대한 미움이 싹텄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 놀이터에서 그 아

이를 보고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후로는 아이가 똑같이 뛰어놀아도 예전처럼 밉지

않더란다.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잘 알기 위해서는 관계 맺음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만남은 선이 면이 되지 못하고 면이 부피를 갖지 못하는 당구공과 당구공의 만남

처럼 한낱 점으로만 끝이 나죠. 역사상 엄청난 대량 학살이 가능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지 않고 죽였기 때문입니다. 직접 얼굴을 마주했다면 그렇게까지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만남이 없는 인간관계, 이것이 우리 시대의 결정적인 문제입니다."

 

- <행복한 동행> 2009. 3월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