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심씨와 부인 송씨는 20대에 결혼하여 40여년간 금실좋게 살아왔다. 이들 부부는 세 자녀를 두었으며,
5명의 손자손녀까지 두었고 모두 별탈없이 잘 성장하였다. 게다가 최근에는 심씨가 하는 사업도 과거보다
더욱 번창하였기 때문에 이들은 노년에 들어 참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이런 행복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엄청난 불행이 닥쳐왔다. 아내 송씨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그후 남편 심씨는 아내 곁에서 아내를 낫게 해달라고 온갖 기도와 치성을 드렸다. 암으로 진단 받은
5년 후 아내 송씨는 남편의 기도와 치성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눈을 감았다. 아내를 보낸 5개월 후 남편 심씨도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랑하는 아내 곁으로 갔다.
그런데 이처럼 배우자를 잃은 남자들이 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증거는 많이 있지만, 남편을
잃은 부인이 아내를 잃은 남편처럼 질병에 많이 걸리고 사망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잘 생각해보면 이것은 여자가 남자보다 더 사교적이고 사회적이란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여자들은 남자보다 다양한 감정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더 많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다. 비록 남자들은 친구가 많아 보이지만 다정한 감정을 속속들이 내보일 수 있는 편안한 친구들이 적다. 남자는
진화적으로 볼 때 사냥꾼의 후예이기 때문에 동성의 남자를 적이나 경쟁자, 꺾고 넘어가야만 할 대상으로 본다.
따라서 아내는 외로운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 남편이 자신의 감정을 진실하게 토로하고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가 바로 자신의 아내인 것이다.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많은 친구들이 있으므로 쉽게 정서적 위로와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아내가 죽은 남편은 유일한 친구를 잃는 것이므로 보다 외로워지고 쓸쓸해진다.
그래서 아내를 잃은 남편이 남편을 잃은 아내보다 더 많이 병에 걸리고 더 많이 죽게 되는 것이다.
* 장현갑 -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
- 김종철의 <녹색평론선집 3>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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