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외교

2018년을 핵 보유 위한 평화환경 조성 시기로 설정_ 태영호

정정진 2018. 10. 14. 21:35


김정일 시대에도 감행하지 못했던 노동당 7차 대회는 36년 만에 열린 당대회라는 의미도 있지만 북한의 '위험한 핵 질주'가 가속화되는 기점이기도 했다. 이 대회에서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재천명하면서 2013년 3월 김정은이 제시한 핵, 경제병진노선의 항구화를 선언했다. 또한 김정은을 당위원장으로 '추대'하고 당내 기구와 인사를 개편했다.


당대회 후 모든 단위에서 후속 회의가 열렸다. 외무성도 예외일 수 없었다. 해외 모든 공관의 대사들이 노동당 7차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했고 이들은 평양에서 '제44차 대사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서는 '당 제7차 대회에서 제시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위한 외교부문 전사들의 과업'이 토의되었다. 당대회에서 외무상으로 선출된 리용호의 사회로 진행된 회의의 의제는 크게 세 가지였다.


'핵무력 완성 기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대북 제재는 어느 정도까지 심화될 것인가.'

'핵보유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정을 거쳐야 하는가.'


회의에서 대사들은 대북 제재가 장기화되면 북한 경제가 입을 피해가 막대할 것이므로 단기간에 핵무력을 완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 적절한 시기는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말까지로 보았다. 근거는 이렇게 제시했다.


"2016년 말에 미국 대선이 진행된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모든 정책 라인의 인선 작업을 마무리하려면 2017년 중순까지 갈 것이다. 그리고 이 해 하반기에는 남조선이 대선 국면에 진입한다. 남조선의 새 정부가 출범하는 2018년 초까지는 한국과 미국의 정책 협의가 용이하지 않다. 결국 2016년 말부터 2017년 말까지는 남조선과 미국의 정치적 공백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때까지 미국은 조선에 대한 군사적인 공격을 가할 수 없을 것이다."


대북 제재는 지금까지 참아왔고 당분간은 참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심화된다고 하더라도 북한 입장에서는 크게 두려워할 카드는 없었다. 남은 것은 어떤 노정을 거쳐 핵보유국이 되느냐는 문제였는데 대사들은 인도와 파키스탄 모델을 북한에 창조적으로 적용하자는 결론을 도출했다.


"남조선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2018년 초부터는 조선도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화하는 평화적 환경조성에 들어가야 한다. 이때는 조선도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핵실험 동결을 선언하고 장기적으로 남조선과 미국에 북한의 핵에 대한 '면역력'을 조성해야 한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단기간에 핵실험을 연이어 실시한 후, 다급히 핵실험 중지를 선언한 바 있다. 미국, 러시아 등 5개 핵보유국은 처음엔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반테러 전쟁을 치르게 된 미국은 파키스탄과 인도의 협력을 필요로 했고 두 나라는 이러한 환경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핵보유국이 되었다.


하지만 대사들의 결론은 실패한 예측에 근거를 둔 것이었다. 당대회가 열린 2016년 5월 북한은 이 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전망했고, 이듬해 2017년 한국 대선에서는 진보세력이 집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6년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은 그런 예측에 따라 진행된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예상은 빗나갔다. 미국 대선에서는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승리했고, 한국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일어나 보수정권이 9개월이나 앞서 물러나고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2017년까지 국가 핵무력 건설을 완성하겠다던 북한은  더욱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두 차례의 ICBM 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 타격능력을 보유했다고 선언한 것은 이 때문이다.


2016년 12월 나는 한국에서 공식 활동을 시작하면서 통일부 출입 기자단과 회견을 가졌다. 이때 나는 북한의 핵 개발 완성 계획을 공개하고 이를 '핵질주 계획'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2017년에 감행한 북한의 핵실험과 ICMB 발사는 나로서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8년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평화적 환경조성의 시기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북한이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이는 것은 이런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이 다른 것은 몰라도 핵 문제만큼은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절감했으면 좋겠다.


3층 서기실의 암호_ 태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