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성에 관하여_ 수연

동시성(同時性)에 관하여

 

일상에서 우리는 수시로 작은 기적들을 직접 체험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겪은 신기한 체험들을 듣게 됩니다. 팔순이 넘기신 저의 어머니는 자식만 만나면 끝없이 당신이 일생 겪으신 놀라운 기적의 체험들을 반복하여 말씀하십니다. 잃어버린 열쇠를 신기하게 찾은 이야기, 성경책을 무심코 펼쳤는데 그 페이지에서 삶의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한 해답을 발견한 이야기, 꼭 만나야 할 사람을 극적으로 만난 이야기, 위급한 상황에서 택시가 바로 문 앞에 서 있었던 일, 꼭 필요한 돈이 어느 날 갑자기 굴러들어온 이야기, 자식이 어느 날 갑자기 기적적으로 취업이 된 이야기 등 좀체 해결될 것 같지 않는 온갖 삶의 난제들이 어느 날 술술 풀린 기막힌 이야기들입니다. 어머니는 이 모든 것들을 당신이 한 치 의심 없이 믿고 계시는 하느님의 은혜로운 섭리로 받아드리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와 같은 것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용어로 표현하면 동시성(同時性)이라고 합니다.

 

심리학자 칼 융(G. C. Jung)이 어느 날 한 여인을 치료하는데, 그 여인이 하루는 풍뎅이 꿈을 꾼 얘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창문 밖에 풍뎅이가 날아온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를 동시성(Synchronicity)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 더 깊은 차원, 즉 감추어진 질서에서 보면 우연이 아닙니다. 현대 물리학자 데이비드 피트(David Peat)는 "동시성이란 인간의 마음이 잠시 그 진정한 차원 속에서 작용함으로써 인간 세계와 자연 너머로 확장하여 점점 더 섬세하고도 미묘한 차원들을 지나 마음과 물질의 근원을 통과하여 창조성 그 자체에 도달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는 융의 동시성이 '감추어진 질서'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봅니다. 겉에 드러난 눈에 보이는 세계가 이 세계의 전부가 아니라, 그 이면에는 감추어진 질서가 있으며, 이 감추어진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얼핏 보아 이 세상만사는 되는대로 우연히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 예민하게 감지하지 못 하기에 우리 눈에는 우연적이고 서로 관련 없는 단편적인 사건들로 보일 뿐입니다. 우리가 먹고 자고 배설하는 사소한 행위로부터 저 오묘한 우주의 운행에 이르기 까지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거대한 대질서 속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진리는 온 우주에 충만하게 꽉 차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때때로 동시성이라는 방식으로 이 진리를 몸소 체험합니다. 의식이 맑은 사람들은 우연 속에 감추어진 놀라운 세계에 수시로 닿아 이 신비로운 진리를 순간순간 더 투명하게 더 깊게 더 섬세하게 체험하고 활용하고 향유하며 살아갑니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현상 세계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삶은 갑자기 신비로워지고 겸허해지고 나의 삶의 영역이 무한히 확대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깊고 무한한 존재인지도 모릅니다.(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