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산 사자암 4

내 죽거든_ 향봉스님

내 죽거든이웃들에게 친구들에게 알리지 말길관이니 상여니 만들지 말길그저 입은 옷 그대로 둘둘 말아서타오르는 불더미 속에 던져버릴 것한 줌 재도 챙기지 말고 버려버릴 것 내 죽거든49재다 100재다 제발 없기를쓰잘 데 없는 일로 힘겨워 말길제삿날이니 생일이니 잊어버릴 것죽은 자를 위한 그 무엇도 챙기지 말 것죽은 자의 사진 한 장도 걸어두지 말 것 내 죽어따스한 봄바람으로 돌아오리니피고 지는 들꽃무리 속에 돌아오리니아침에는 햇살처럼 저녁에는 달빛처럼더러는 눈송이 되어 더러는 빗방울 되어 티베트의 '당시옹'이라는 지역에서 고산증세로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다. 허름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병원도 없고 택시도 없다는 것이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안간힘을 다해..

좋은글모음 2024.07.04

움직이는 선원_ 향봉스님

중국의 임제 선사는 그의 어록에서 참선하는 수행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좌선을 기본으로 하되 걷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고요할 때에도 마음챙김의 정진을 한결같이 하라는 것이다. 가슴에 불길을 당기는 시원한 일화 하나 소개하겠다. 청원 선사에게는 마조라는 제자가 있었다. 마조는 날이면 날마다 나무 그늘 밑 바위에 앉아 좌선하는 모습으로 정진을 거듭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승이 제자에게 물었다. "자네는 맨날 앉아 있는데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제자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부처를 이루기 위해서지요." 제자의 당돌한 대답을 듣고 스승은 벽돌과 기왓장을 마련해왔다. 그러고는 스승은 앉아 참선 중인 제자 곁에서 벽돌로 기왓장을 요란스레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제자가 스승에게 대들었..

좋은글모음 2024.04.27

나의 생활 염불_ 향봉스님

'감사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잠자리에 들고 일어날 때, 그리고 끼니 때마다, 걸어다닐 때 감사하고 고맙고 미안함을 느낀다. 살아 있어 손발을 움직일 수 있음은 하나의 축복이요 기적이다. 비어 있으면 비어 있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하다. 15년 전 새벽, 메주콩 삶는 데 쓰일 나무등걸을 어깨에 메고 법당 계단을 내려오다 앞으로 쓰러졌다. 한 쪽 다리와 팔의 기능을 잃어버린 순간이었다. 직감적으로 중풍이 왔음을 느꼈다. 이겨내야 한다는 의지력으로, 쓰러진 곳에서 주지실까지 60여 미터를 한 쪽 팔과 한 쪽 다리로 온갖 힘을 다하여 방에 이르게 된다. 중국에서 머문 7년 동안 침술을 익혔고 티베트에서 3년 머물 때 장의학의 기초를 배웠다..

힐링&수행 2024.01.06

책은 길이요 빛이다_ 향봉스님

나는 책을 즐겨 읽는다. 책 속에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스승이 있고 벗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병이든 효험이 될 수 있는 약이 있다. 목마름을 가시게 하는 물이 있다. 밥도 있다 반찬도 있다. 더러는 채찍도 만날 수 있다. 그리움도 있고 눈물방울도 있다.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쉼터도 있고, 눈높이를 높여주는 지식의 샘이 있다. 웃음이 있고 마음 짠한 슬픔도 있다. 다툼이 있는가 하면 평화도 있다. 행복과 불행이 촘촘하게 박혀 있고, 자유에 이르게 하는 이정표와 나침반도 만날 수 있다. 사랑 이야기, 영웅 이야기가 활동사진처럼 움직인다. 간접경험으로 아내나 남편이 될 수도 있고 메타버스의 가상현실 세계로 여행할 수도 있다. 책 속에는 온갖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생활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독서이야기 2023.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