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1%의 기적 2

휴대폰 off_ 전여옥

오랜만에 만난 한 외국친구가 있다. 거의 20년 만에 만났다. 그녀는 늘 날이 서 있고 뾰죽뾰죽했다. 냉철한 두뇌와 그에 따르는 행동도 한 치 어긋남이 없었다. 그녀를 보며 독일병정이라는 것이 바로 저런 거구나 싶었다. 늘 쌔한 분위기, 하지만 분명하고 정확하고 매우 지성적인 그녀만의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다. 창백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하얀 얼굴, 회갈색의 긴 머리, 사람의 깊은 속까지 그대로 꿰뚫어보는 듯한 잿빛 눈동자, 한마디를 해도 어긋남이 없는 논리정연함. 특유의 냉철함으로 회사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그 독일병정녀가 한국에 왔다. '사람은 30이 넘으면 변하기 어렵다.' 사회생활하면서 내가 깨달은 점이었다. 변화해봤자 그 기본, 바닥은 그대로인 경우를 너무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강&심리 2020.08.08

책은 구글맵이다_ 전여옥

책 읽는 사람들을 보기가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의 생각이 얕아지고 철학이 없어진다고 학자들은 걱정한다. 모든 것을 손 안의 휴대폰에 의존한다. 스낵만 집어먹다 보면 영양가 있는 음식을 멀리하게 되는 것처럼 휴대폰 검색으로 날을 지새우는 우리는 이미 스낵컬처의 중독자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방송국에서 만난 후배작가와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저도 요즘 확실히 전보다 책을 덜 읽어요. 시간 나면 휴대폰 보면서 노닥거리게 돼요." 나 역시 그렇다. 감기로 꼼짝없이 드러누워 있던 어제 하루 종일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이런 날은 절로 한숨이 푹 나온다. 하루 종일 휴대폰 사생팬으로 활동했지만 내 손에 쥔 것도 내 머릿속을 채운 것도 없다. 물론 뉴스 검색도 착실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하..

독서이야기 2020.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