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한 외국친구가 있다. 거의 20년 만에 만났다. 그녀는 늘 날이 서 있고 뾰죽뾰죽했다. 냉철한 두뇌와 그에 따르는 행동도 한 치 어긋남이 없었다. 그녀를 보며 독일병정이라는 것이 바로 저런 거구나 싶었다. 늘 쌔한 분위기, 하지만 분명하고 정확하고 매우 지성적인 그녀만의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다. 창백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하얀 얼굴, 회갈색의 긴 머리, 사람의 깊은 속까지 그대로 꿰뚫어보는 듯한 잿빛 눈동자, 한마디를 해도 어긋남이 없는 논리정연함. 특유의 냉철함으로 회사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그 독일병정녀가 한국에 왔다. '사람은 30이 넘으면 변하기 어렵다.' 사회생활하면서 내가 깨달은 점이었다. 변화해봤자 그 기본, 바닥은 그대로인 경우를 너무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