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흔히들 책을 읽는 이유는 간접경험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책에서 얻는 간접경험을 통해 누구나 현명하고 지혜로워질 수 있다고 말이다. 이 말은 절반쯤 맞고 반쯤은 틀리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지식이나 경험 따위를 부지런히 쌓아간다고 해서 지혜와 분별력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 만약 당신이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가정해보자. 그게 무슨 책이든 상관없다. 수고스럽겠지만, 당신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인쇄되어 있는 검은 활자들을 모두 해독해야 한다. 하지만 책 한 권을 읽어내려가기 위해서는 한 단어나 문장, 그리고 단락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한 단어, 문장, 단락의 의미를 앞뒤의 단어, 문장, 단락의 의미와 대조해서 읽어야 하고, 심지어 지금 읽고 있는 문장을 수십 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