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심리

건강하게 장수하는 법_ 김민식

정정진 2023. 9. 3. 18:23

(중략) 오래 살고 싶은 욕심에 나이 마흔에 술을 끊었고 나이 오십이 넘어서는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 했어요. 다시 뱃살 관리가 필요해진 무렵 제 시선을 사로잡은 책이 <노화의 종말> 입니다. 저자 데이비드 A .싱클레어는 하버드 의대 유전학 교수이자 노화와 장수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예요. 나이 들면 노화를 겪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는 노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고 주장합니다.

 

노화는 늦추고 멈추고 심지어 되돌리기까지 할 수 있다.

 

늙지 않는 방법을 연구한다니 약장수나 사기꾼이 아닌가 의심스러웠죠.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 인류의 평균 수명이 33세 정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느껴집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의 평균 수명이 80세에서 113세로 늘어나는 거예요. 그 30년을 병상에 누워 고통스럽게 지내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겁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환상적인 노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624쪽에 이르는 책에서 제가 가장 열심히 읽은 대목은 2부 4장 '건강하게 장수하는 법'입니다. 책에 나오는 6가지 지침이 있어요.

 

첫째, 적게 먹어라.

 

25년 동안 노화를 연구하고 수백 편의 논문을 읽은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이 하나 있다면, 즉 건강하게 더 오래 살 확실한 방법. 지금 당장 수명을 최대화하는 데 쓸 수 있는 방법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이것이다. '적게 먹어라.'

 

이것저것 많이 챙겨 먹는 데는 돈이 들지만 적게 먹는 데는 돈이 덜 들잖아요? 오래 살고 돈도 아끼고 저한테는 더할나위 없이 근사한 장수 비결이네요.

 

둘째, 간헐적 또는 주기적으로 단식하라.

 

16:8 간헐적 단식은 8시간 사이에 두 끼를 먹고 하루 16시간을 공복으로 유지하는 겁니다. 예전에 주말연속극 <글로리아>를 연출할 때 배우 오현경 씨와 일했어요. 어느 날 연기에 대해 상의할 게 있어 저녁을 같이하기로 했어요. 함께 식당에 갔는데 저만 혼자 식사를 했어요. 저녁 6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대요. 점심을 먹고 다음 날 아침까지 공복을 유지하는 거지요. 그게 벌써 13년 전 일인데요. 여배우가 나이가 들어도 몸매와 미모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했던 게 바로 장수의 비결이었어요.

 

셋째, 육식을 줄여라.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사자의 저녁보다 토끼의 점심에 가깝게 식단을 짤 필요가 있어요.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할수록 온갖 질병에 따른 사망률이 상당히 줄어든다고 해요. 큰딸이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책을 읽고 나니 고기를 완전히 끊지는 않더라도 육류의 섭취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넷째, 땀을 흘려라.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6~8킬로미터를 뛰는 사람은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40퍼센트 줄고 갖가지 원인에 따른 사망률도 45퍼센트가량 줄어든다고 합니다. 저자는 가벼운 운동도 좋지만, 힘들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격렬하게 운동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합니다. 빠르고 깊이 호흡을 하면서 최대 심장박동수의 70~80퍼센트로 뛰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요. 땀이 나고, 숨을 고르지 않고서는 몇 마디 이상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예전에 저는 단축 마라톤을 했는데요. 나이 오십이 넘어가니 힘에 부쳐 그냥 걷기만 했어요. 책을 읽고 나니 다시 땀을 흘려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줌바를 합니다. 1시간 뛰면서 춤을 추고 나면 땀이 쫙 빠지는 유산소 운동이에요.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땀도 흘리니 진짜 젊어지는 기분이에요.

 

다섯째, 몸을 차갑게 하라.

 

저자는 좀 춥게 지내는 것이 갈색지방에 든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해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겨울에 티셔츠 차림으로 활기차게 걷는다든지 잘 때 얇은 이불만 덮고 자는 것도 좋다고요.

 

여섯째, 후성유전적 경관을 흔들지 마라.

 

후성유전적 경관이라는 말이 어려운데요. 쉽게 말하면 DNA를 손상시키는 유해물질을 피하라는 조언입니다. 담배, 화학물질, 질산염 처리 식품, 방사선 등을 피하라고 하네요.

 

6가지 장수 비결, 적게 먹고 단식하고 육식을 줄이고 땀을 흘리고 몸을 차갑게 하고 유해물질을 피하라. 이것 중 딱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실천해 보고 싶어졌어요. 간헐적 단식입니다. 그동안 소식도 해보고 채식도 해보고 등산도 가고 하루 3시간 자전거 출퇴근도 해봤지만 뱃살은 줄지 않았어요. 늘 하는 걸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랄 수는 없죠. 이제껏 한 번도 안 해본 방법을 시도해야 바뀌지 않을까요?

 

2020년 가을, 추석 연휴에 이틀 휴가를 내고 9일간 연휴를 보내며 일체 저녁 약속이나 가족 모임도 잡지 않았어요. 오전 6시에 아침을 먹고 낮 12시에 점심을 먹고 오후 2시 이후로는 물만 마셨습니다.

 

저녁 6시 이후로 배가 고프기 시작하더라고요. 허기가 몰려오면 간헐적 단식에 관한 책을 찾아 읽었어요. 헬스 트레이너 아놀도 홍이 쓴 책, 몸짱으로 유명한 비만 전문의가 쓴 책, 둘이 합해 200킬로그램이 넘어 과체중으로 고생한 미국인 부부가 쓴 책, 간헐적 단식의 효능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는 책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었습니다. 그 덕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열흘간 간헐적 단식을 했더니 몸무게가 73에서 63킬로그램까지 빠지더군요. 30대 이후로 이 몸무게는 처음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뜻밖의 수확을 얻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에서 스쳐 지나가며 읽은 짧은 기사나 영상으로는 나 자신을 강하게 설득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전문가가 쓴 책을 읽으면 정확한 정보를 얻고 강한 동기부여를 받습니다. 노화의 종말까지 기대하지는 않지만, 노화를 최대한 지연시켜 건강한 노후를 오래오래 즐기고 싶어요.

 

2020년 가을 퇴사를 고민하던 시점에 <노화의 종말>을 읽고 감량에 성공하자, 인생 2막 도전에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하루 16시간 동안 물만 마시며 공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경험은 자기 관리에 확신을 심어줬어요. 투자 계획이나 인생 계획이나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자기 관리를 못 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틀을 벗어나 인생을 꾸려나가는 데에 꼭 필요한 기본자세는 갖추었다는 생각이 들자 용기가 났어요. 사표를 던지고 나니 어디로 가야 할지도 정하지 못한 채 하나부터 열까지 오롯이 내가 선택하고 감당해야 한다는 게 실감 나데요. 이제 명실공히 저도 은퇴자의 대열에 들어선 거죠.

 

외로움 수업_ 김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