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심리

셀프의 목소리를 듣는 연습_ 정여울

정정진 2021. 8. 26. 09:46

에고는 우리를 향해 '더 빨리, 더 많이 가질 것'을 주문한다. 에고는 이렇게 말을 건다. "이 정도로는 부족해. 더 많이 벌어야 하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하고, 더 많이 인정받아야 해." 에고는 가시적 성과, 양적 성공을 추구한다. 하지만 셀프는 언제나 '의미'를 추구한다. 셀프는 숫자보다는 깊이를, 분량보다는 의미를 사랑한다. 남들이 보기에 성공적으로 보여도 본인이 그 일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에고는 승리했으나 셀프는 위축된 상태다. 에고가 성공으로 환호작약하며 '난 역시 대단해'라고 생각할 때, 셀프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 그게 정말 네가 원하는 성공이니? 네가 원하는 게 정말로 이런 거였어?" 셀프의 질문은 때론 너무 날카로워 가슴이 뜨끔해진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셀프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요새 트렌드는 그렇다더라', '요샌 무엇이 대세라더라' 이런 말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유행이나 소문을 따라가려는 에고의 옷자락을 꽉 붙들고, 그러지 말자고 다짐을 받아낸다. 내 마음 깊은 곳의 목소리를 듣는 일에는 유행도 소문도 필요없다. 내 안의 셀프와 대화하는 일에는 좀처럼 싫증이 나지 않는다. 유행과 대세는 언젠가는 사그라든다. 언젠가는 권태가 온다. 하지만 셀프와의 대화는 그렇지 않다. 셀프의 목소리는 항상 따스하고, 가끔 눈물겹기도 하고, 결국은 나 자신을 가장 위하는 길을 알려준다. 키가 훌쩍 커 보이고 싶은 에고의 목소리에 이끌려 하이힐을 만지작거리면, 나의 셀프는 이렇게 말해준다. "너의 장점은 키가 아니잖아. 운동화를 신었을 때 네 마음이 가장 자유롭잖아." 에고가 화려한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끌려 책을 고르려 할 때는 셀프가 이렇게 말해준다. "너에겐 지금 깊고 따사로운 고전문학의 위로가 필요해. 10년 동안 책꽂이에 꽂혀만 있던 그 낡은 책 있잖아. 그 책을 읽기 시작해봐. 네가 원하는 답이 있을 거야." 에고가 더 많이 인정받고 싶은 욕심에 더 많은 일을 맡으려고 하면 셀프는 이렇게 대답한다. "넌 지금 너무 지친 상태야. 너에게 지금 필요한 건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깊은 휴식이야. 푸른 하늘을 좀 더 자주 바라보면 어때? 향기로운 홍차를 마시며 일기를 써봐. 너에겐 그런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 너무 부족해."

 

에고가 '타인의 시선'이라는 편에서 나를 경쟁력 있는 존재로 만들려고 할 때, 셀프는 '나의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의 손을 들어준다. 그리하여 내가 더 깊은 행복의 주체로, 더 아름다운 삶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진짜 나의 편'이 바로 셀프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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