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성찰

착한 도시가 필요한 이유_ 정혜진

정정진 2009. 4. 11. 20:02

착한 도시가 필요한 이유

 

세계 도시의 모든 개인이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천지개벽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개인도 노력을 해야 하지만 지구를 살릴 시간이 8년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개인에게만 강요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개인이 안 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사회가 벌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또 개개인이 알아서

양심껏 하라고 하면 효율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는 눈앞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 따라서

개인이 생활양식을 바꿀 수 있도록 제도나 사회 인프라를 통해 도와줘야 한다. 개개인이 착한 시민이 되는 것보다

도시의 운영 시스템 자체가 착하게 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의 생활양식이 좀더 지역화하고 질적으로 검소하며 이동성이

적도록 도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독자 여러분 중 일부에서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반응이

나올 것이다. 아니, 이 세계화의 시대에 지역화라니 말도 안돼!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서 질적으로 검소하라고? 갈수록

말이 더 안되는 군!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이동이 빈번한 이 시대에 이동성이 적도록 도시를 만들라고?

 

물론, 그런 말이 아니다.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는 지역은 세계를 향해 문은 열어 놓지만 지역에 강하게 뿌리를 내린

곳이다. 이때의 지역화는 고립주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세계화(글로벌)와 지역화(로컬)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글로컬)이다.

 

질적으로 검소한 것은 소비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지 않고 필요한 기술이나 서비스에

돈을 쓰는 것을 말한다. 무분별한 소비로 괜히 쓰레기만 만들지 말고, 창의적인 기술과 서비스에 제값을 지불하자는

것이다. 이동성이 적은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도시계획을 효율적으로 해서 이동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한다는 뜻이다. 길에다 돈 뿌리고 시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도시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다고 핳면, 덜컥 겁부터 나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도시의 삶의 양식에서 볼 때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다는 것은 도시의 안락한 생활을 일정 부문 포기하는 것을 뜻하므로, 언뜻 생각하기에 그건 하기 싫고,

해야만 한다면 너무나 골치 아픈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도시 문명은 지난 몇십년 사이에 '내공'을 부쩍 쌓아서

재미있게, 신나게,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도시를 바꿀 수 있는 길을 얼마든지 보여주고 있다.

 

*

지역과 세계는 참으로 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직장도 얻었지만, 늘 대구를 벗어나고

싶어 했고 낯선 곳을 동경했다. 내가 이 도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밖에 다녀오고"부터 였다. 해외 취재르 다니면서

나는 내가 사는 곳을 처음으로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고, 가족과 친구들인 지역 이웃들의 존재가 고마워졌다. 지역에 관심을

가지니, 그때까지 막연하게 동경만 하던 세계의 구석, 다른 그 어떤 곳도 누군가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또다른 '지역'일 뿐

임을 알게 됐다. 그 '지역'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지구의 문제는 바로 지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도 확실히 보였다.

지역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지구적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은 직접 가 보고서야 깨달음이 왔다.

'로컬퍼스트(지역먼저)'의 삶에 대한 깨달음의 대가로 나는 지구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얹어야만 했다. 역설의 역설이었다.

 

- 정혜진의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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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면서 느꼈던 점은

'내일' 도 또다른 모습의 '지금' 일 뿐이고, 여기가 아닌 '저기(세계)'도 그 곳으로 가면 또다른 모습의 '여기(지역)' 일 뿐이다.

그러므로 '영원한 현재(지금)' , '무한공간의 여기(지역)' 만 존재한다. 즉 '지금여기'의 무한 반복일 뿐이다.

'세계적으로 사고하되,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이 있다.

세계적으로 사고하라는 말은 모든 존재(세계)가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뜻인 것 같고

그러므로 지금여기에서 지역적으로 행동하면 세계와 지역이 연관되어 있으므로 결국 세계도 그만큼 변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마치 하나의 그물코를 들어올리면 나머지 연관된 모든 그물도 따라 들어올려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