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으로 인용한 경전 내용에서 보듯이 우리가 바라는 진전, 성취, 결과가 결코 먼 훗날 어느 위치에 도달했을 때에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즉시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 걸음 나아가면 한 걸음 전진해 있고, 한 번 염불하면 한 번 염불한 만큼 마음은 정화되어 있으며, 동전 한 닢 보시했으면 그만큼의 복덕이 성취되어져 있다. 한 삽의 흙을 파내면 한 삽만큼의 구덩이가 생기고, 향 한 개비를 피우고 참배했으면 그만큼 자신의 마음속은 비워진 것이며, 동시에 지혜의 안목이 열려지고 있는 것이다.
신앙생활을 한 만큼 즉시즉시 체험되고 있으며 노력한 만큼 즉시즉시 결과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식한다면 좌절하거나 초조하지 않고 기쁨이 넘치는 활기찬 삶이 계속되리라. 그러므로 자신의 거친 사고 습관 때문에 순간순간 체험하거나 성취되고 있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점을 명심하여 정밀한 관찰과 사유의 정진을 쉬지 않아야 한다. 우리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 먼 곳, 아니면 불가사의한 초월적 존재에 의하여 열려지는 것이 아니라 정밀한 관찰의 노력을 통해 체험의 내용을 인식하고 그리고 노력만큼 체험되고 있는 연기법의 원리를 이해하고 믿음으로써 가능한 것임을 확신하는 데 있는 것이다.
_ 도법스님, <화엄의 길, 생명의 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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