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종교

화엄의 길, 생명의 길_ 도법스님

정정진 2011. 4. 5. 10:23

 

“부처님의 안목을 빌려 보면 세계와 우리 모두는 영원과 무한의 가능성을 지닌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그 곳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아니면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야 하거나, 불완전에서 완전으로 부족함에서 만족함으로 나아가야 할 그 무엇도 있지 않다. 오로지 지금 여기의 존재, 그 자체에 영원, 자유, 평화, 청정, 무한성이 온전히 갖추어져 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관심을 갖고 해야 할 일은 존재의 속성과 존재 방식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적응하고, 그 자체와 하나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때 우리의 삶은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자아완성의 길이 서서히 열려온다고 했다.”


“ 20세기의 성자 간디는 ‘한 사람에게 가능한 것은 만인에게도 가능하다.’ 라고 설파했다. 진리는 베일에 가리워진 신비가 아니다. 또는 어떤 특정인 그리고 특정의 신비로운 장소에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참된 진리야말로 지금 여기 그리고 우리들 자신과 관계된 일상 속에서 약동하는 개방된 신비로움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생명 본연의 질서를 바르게 인식한다면 오랫동안 길들여진 이기적인 사고의 뿌리가 뽑혀지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게 된다. 우리의 삶을 꽁꽁 묶고 있는 이기적인 소유욕의 밧줄이 서서히 풀어지리라. 그럴 때 생명의 존재방식이 나만의 삶을 쫓는 뺏고 빼앗김의 관계가 아니고, 더불어 함께 사는 주고 받음의 생명의 질서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리라. 주고 받음의 생명질서를 하나의 존재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나의 모든 것을 바쳐 희생했다 하더라도 그 대가를 바라는 천박한 사고는 싹트지 않는다.

생명본연의 질서를 바로 인식하고 그 질서에 따라 삶을 가꾸어 가는 것만이 인간의 문제, 사회, 역사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가는 길임을 확신하여야만 비로소 자아완성, 사회완성의 삶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 길만이 우리 모두에게 열려진 만인의 길, 영원한 길, 궁극적인 삶의 길임을 확신하지 않으면 안되리라. “


화엄경에 나타나 있는 신이란 어떤 특수한 존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 자체의 존귀성과 신비한 상호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모든 존재의 가치와 그 역할이 평등하다. 더불어 함께 동등한 자격으로 주고 받으며 살아가도록 관계지워져 있는 것이 생명의 세계이다.”

 

“ 지금 이 순간에도 바른 믿음과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살아가고 있다면 시시각각으로 깨달음은 체험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삶의 완성이란 새롭게 실현해 가는 것이 아니고 본래의 모습을 온전히 현실 위에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생명의 존귀성과 속성, 그리고 그 질서를 바르게 파악하여 그에 적응하고 일체되어가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생명의 세계에 드리워진 무명의 먹구름을 걷어 내는 일이고, 생명의 세계를 덮고 있는 탐,진,치의 쓰레기를 걷어 치우는 작업일 뿐이다. 먹구름이 걷히고 쓰레기가 치워지는 만큼 믿음, 이해, 실천, 체험의 내용은 좀 더 분명해진다. 이것이 완성된 삶의 체험이 실현되어 가는 모습이요 수행의 진전이라고 한다.

 

그 어디에도 신비로운 기적의 자취는 보이지 않는다. 만일 베일에 가리워진 신비의 기적이 보인다면, 그것은 분명 마왕 파순의 길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삶의 완성은 생명의 세계와 그 속성, 그리고 그 질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속성과 질서에 따라 살아가는 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동체적 인식으로 주고 받음의 질서, 더불어 함께 하는 관계의 질서를 실천함으로써, 그와 일체되는 길을 통해서만 완성된 삶, 즉 생명의 실상이 현재의 삶으로 온전히 나타나게 되어 있음을 바로 보아야 하겠다.“


“부처님의 안목에 의해서 제시되어진 삶의 길은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었고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곳에서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제 무엇을 하고 어디론가 떠나려던 사고 습관은 내던져 버리자. 단순하게 직접적으로 세계, 생명, 자신에 깃들인 본래적인 모습과 그 속성 그리고 그 존재 방식을 관찰함으로써 인식되어진, 그 존재 방식의 질서에 따라 적응하고 일체되는 삶을 살자. 생명 본연의 주체적인 자유의지로 더불어 함께 하는 생명 본연의 질서 즉 주고받는 삶을 살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 가는 길이 여기 있음을 진지하게 살펴야 할 때가 된 듯하다. 우리 모두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역사와 사회의 문제를 바람직하게 풀어 가는 길이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