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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스님께서는 지난 18일 제주의 어느 선원에 설법을 하러 오셨다가 설법이 끝난 뒤에 생명평화결사 등불모임을 갖고 여러 귀한 말씀들을 해주셨습니다. 홍세화 선생님은 오늘 제주지역 시민단체 활동가학교에 강연을 하러 오셨습니다.
도법 스님은 2004년 봄부터 2008년 겨울까지 5년 동안 전국을 도는 생명평화탁발순례를 했습니다. 5년 동안 1만 2천킬로미터를 걷고 8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5백회에 이르는 강연을 했다고 합니다.
'그 어떤 진리도 구체적인 삶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부질없는 관념의 유희에 불과하다.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난 진리는 진리가 아니다. 진리란 지금 여기를 떠나 특별한 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진리는 언제나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함께 있다.' "하늘의 질서 아래 지구의 모든 생명이 함께 사는 길을 우리는 찾고 있습니다. 된다, 안 된다를 떠나 우리의 길이 옳은가, 아닌가를 생각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걷고자 합니다."
-- 도법스님 생명평화 순례기 <사람의 길>에서
그렇게 나선 순례길에서 스님은 과연 무엇을 깨달았을까요? 스님이 먼저 꺼낸 건 관촉사 은진미륵 이야기였습니다.
새앙쥐 부부가 딸의 배우자를 얻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태양을 찾아나섰더니, 태양은 자기가 세상의 모든 것들보다 낫긴 하지만 오직 하나 먹구름에게는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먹구름을 만났더니, 먹구름은 자기가 태양도 가로막고 다른 어떤 것들보다 힘이 세지만 오직 하나 바람에게는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바람을 만났더니 바람도 또 약한 소리를 합니다. 바람은 자기가 세상의 모든 것을 날려버릴 정도로 힘이 있으나 관촉사 은진미륵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관촉사 은진미륵은 과연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은진미륵은 태양도 먹구름도 바람도 다 이길 수 있지만 바로 발 밑 새앙쥐에게는 꼼짝도 못하겠다고 고백합니다. 결국 새앙쥐 부부는 딸의 배우자로 관촉사 은진미륵 발 아래 사는 또 다른 새앙쥐를 골랐다는 이야기입니다.
신랑감을 얻기 위해 멀리 나설 일도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멀리 나섰기에 신랑감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5년 순례를 했더니 별 거 없었고 별 세상도 없더라." 말씀했습니다. "지금 여기, 지금 그대, 발 딛고 선 내 지역 내 동네가 특별한 것이고 진리"라고 말씀했습니다. 자기가 발 딛고 선 삶의 현장에서 단순소박한 삶을 살고 마을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희망의 길이요, 생명평화의 길이요, 진리의 길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늘 갈 수 없는 곳만을
그리워하며 걸어왔습니다. 평생을 잡을 수 없는 것들만을 잡으려고 손 내밀며 살아 왔습니다. 갈 수 없는 바다, 갈 수 없는 산과 사막, 갈 수 없는 하늘과 별들. 나는 내 곁에 늘 가까이 있는 것들을 그리워하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있는 존재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나를 살아 있게 하는 힘인 것을. 나를 살아 숨쉬게 하는 공기, 나를 먹이고,발 딛고 살아가게 하는 땅을 그리워하지 않았습니다. 결코 잡히지 않는 바람, 뜬구름 같은 것들만을 그리워하느라 인생을 탕진했습니다. 사람에 대해서도, 관계에 대해서도 그러했습니다. 항상 지금 여기, 이 자리, 이 사람, 이 관계를 벗어나고자 애썼습니다. 공기처럼, 흙처럼 함께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기다려도 결코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가까운 사람을 상처 입혀 떠나보내곤 했습니다. 결코 오지 않을 내일을 열망하며 오늘을 배반했습니다. 내일이 없다는 것은 오늘을 함부로 살아도 된다는 뜻이 아닌 것을, 오늘, 지금 이 순간만이 유일한 현존이므로, 지금 여기에 가장 진실 되고 충실해야 한다는 것임을, 나는 자주 잊고 살았습니다. - 도법스님 -
그렇다. 지금여기, 발딛고 서 있는 동네, 지역을 나도 너무 소홀히 하며 지낸 것 같다. 특별한 사람, 특별한 공간, 특별한 시간만이 대안이고 길인줄 알고 찾고 환상을 가졌던 것 같다.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만이 가장 온전한 삶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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