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중심을 보라
사람의 마음만큼 간사한 것은 없는 듯합니다. 사랑했다 금방 증오하고, 좋아했다가 어느새 미워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그러니 누가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걸 그냥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잠시 그가 나에게 기분이 좋아있을 따름이지 계속 나를 좋아하리라고 기대할 것은 못 됩니다. 어제 어떤 지인(知人)과 대화를 하는 중에 나도 익히 아는 다른 사람을 거론하며 그 사람이 자기를 크게 실망시켰다고 말하며 그를 막 비난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만해도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여러 번 칭찬하는 것을 들었기에 듣기가 참 거북스러웠습니다.
사람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 판단할 것이 못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군들 오래 사귀다보면 한두 가지 실망스럽고 한심스러운 면이 다 있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누가 나를 실망시킬 수는 없습니다. 엄밀하게는 내가 그에게 실망하는 것이지요. 잘못이 있다면 그에게 지나친 기대를 한 자신의 어리석임이 문제이지요. 그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실망시키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도 참 우습지요. 그도 그냥 자신의 삶을 살아갈 자유가 있으니까요. 결국 사람의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 판단하면 이 세상에 내가 사귈만한 사람은 한 명도 없게 됩니다.
사람은 그의 중심을 보고 사귀야 나중에 그에게 실망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야 때때로 그가 보인 여러 결함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그의 실존적 한계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연유인지 처음부터 중심이 흐려져 있는 사람은 애써 좋아하려고 할 필요는 없는 듯합니다. 그렇다고 그를 의도적으로 미워하거나 비난할 이유도 전혀 없습니다. 나와 치수(인연)가 맞지 않으니 조금 거리를 두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똑 같이 사랑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기계적 사랑은 가능하지도 않고, 별 의미도 없어 보입니다. 나와 자연스럽게 인연 닿는 사람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우리 삶은 벅찬 듯합니다. 사람의 겉모습보다는 속사람을 늘 보고 살아야 내가 편하고 세상이 편해질 것 같습니다.(수연)
- 나를찾는사람들 홈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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