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는 이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몸으로 그것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조차 할 수 없는 나이에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동생을 낳다가 피를 많이 흘리셨다고 한다. 동생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어머니를 따라 저 세상으로 떠났다. 아버지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죽음도 생각하셨다고 한다. 그 방황을 지켜보다 지친 아버지 동기생들이 아버지를 강제로 월남전에 보냈고, 우리 남매는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의 젊고 예쁜 여동생에게 맡겨졌다. 그녀는 그렇게 평생 나를 돌봐주셨고, 지금은 고운 할머니가 되어 내 아이들까지도 맡아 길러주신다. 피붙이가 아니더라도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는 것 하나로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온몸으로 헌신하며 가르쳐주신 내 어머니. 자칫 깨졌을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