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정재숙이 장일순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어째서 ' 조 한 알'이라는 그처럼 가벼운 호를 쓰십니까?" 장일순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나도 인간이라 누가 뭐라 치켜주면 어깨가 으쓱할 때가 있잖아. 그럴 때 내 마음을 지긋이 눌러주는 화두 같은 거야. 세상에 제일 하잘것 없는 게 좁쌀 아닌가. '내가 조 한 알이다.' 하면서 내 마음을 추스르는 거지." 드라마 작가인 홍승연은 이렇게 말했다. "글씨를 써서 주시며 장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 기억나요. '추운 겨울날 저잣거리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사람이 써붙인 서툴지만 정성이 가득한 군고구마라는 글씨를 보게 되잖아. 그게 진짜야. 그 절박함에 비하면 내 글씨는 장난이지. 못 미쳐.'" 농부인 한원식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장일순은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