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을 불구속으로 기소한 후 부장이 나를 불렀다. 그러고는 서류봉투 하나를 건네주며 방에 가서 읽어보라고 했다. 두둑한 대봉투를 열어보니 내가 그 병원을 수사하는 동안 자신에게 들어왔던 나에 대한 투서와 음해들이 담겨 있었다. 곤경에 처했을 때 가장 쉽고 효과적인 해결책은 자신을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모함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함은 터무니없을수록 효과적이다. 너무나도 단정적으로 써놔서 진짜 이런 음모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중 절반만 사실이더라도 내가 이리 쪼들리며 살지는 않을 텐데 하는 마음에 좀 아쉬웠다. 하나하나 읽다 보니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부장이 그동안 이 모든 음해와 모함을 듣고서도 나를 의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혼자서 그 외압들을 다 막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