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잠자리에 들고 일어날 때, 그리고 끼니 때마다, 걸어다닐 때 감사하고 고맙고 미안함을 느낀다. 살아 있어 손발을 움직일 수 있음은 하나의 축복이요 기적이다. 비어 있으면 비어 있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하다. 15년 전 새벽, 메주콩 삶는 데 쓰일 나무등걸을 어깨에 메고 법당 계단을 내려오다 앞으로 쓰러졌다. 한 쪽 다리와 팔의 기능을 잃어버린 순간이었다. 직감적으로 중풍이 왔음을 느꼈다. 이겨내야 한다는 의지력으로, 쓰러진 곳에서 주지실까지 60여 미터를 한 쪽 팔과 한 쪽 다리로 온갖 힘을 다하여 방에 이르게 된다. 중국에서 머문 7년 동안 침술을 익혔고 티베트에서 3년 머물 때 장의학의 기초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