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을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세 가지 방법
식량 자급자족하기
가난한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굶주림과 가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반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량을 수입하고 있다.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곡물로 환산해 28%밖에 되지 않으며, 모자라는 양은 모두 해외에서 사 오고 있다. 일본인이 먹을 식량을 농사짓는 땅은
3분의 1만이 일본 안에 있을 뿐이며 나머지 3분의 2는 해외에 있다. 이것이 개발도상국의 굶주림과 가난을 낳는 커다란 원인 가운데
하나다. 예를 들어 필리핀의 민다나오 섬에는 아주 넓은 바나나와 파인애플 플랜테이션이 있지만, 그곳 사람들은 그 바나나와 파인애플
을 먹을 수 없다. 그들이 아무리 굶주린다 해도 과일은 모두 일본으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일본이 식량 자급률을 100%에 가깝게 하는
것이 개발도상국의 굶주림과 가난을 없애는 데 커다란 보탬이 되는 것이다.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열쇠는 '바른 먹을거리 정보' '자연 농법' '지산지소' '바른 식생활'에 있다.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급자족한
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식량 생산 현장에는 지금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홋카이도, 아오모리, 이와테,
아키타, 야마가타 5개 현이 칼로리 기준 식량 자급자족을 이루어 내고 있다. 보육원에서 급식용 야채를 자급자족하는 기후 현 하시마
시, 식량 자급률 향상 특구로 인정되어 NPO 법인이 직접 사료용 쌀 생산에 관여하는 야마가타 현유자마치의 활동, 유기농업으로 한 해
2000만 엔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치바 현의 '구리모토 지구촌' 이나 자연농법의 선구자인 후쿠오카 마사노부 그룹, 가와구치 요시카즈
의 '아카메주쿠'등 무농약 유기농업 그룹의 활동이 조용히 그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급자족' '지산지소' '무농약 유기농'의 활동 근거지를 넓혀 나가는 것이다. 이런 정보들을 찾아 곳곳의 생산자와 크고
작은 여러 먹을거리의 유통 일을 하는 사람들을 강하게 이어 주는 것이다. 생산지에서 직접 가져온 농산물만으로 가정의 식탁을 꾸리
기는 어렵겠지만, '쌀만은' '제철 과일만은' 하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지에서 무농약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먹
는 지산지소 운동은 지역의 농업과 유기농업을 도울 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과도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필요한 것만을 신중하게 사고
남기지 않도록 신경 써서 음식물 쓰레기를 없애면 식량 자급률이 8% 높아지고 가계 부담도 줄어든다. 나아가 아주 많은 양의 곡물을
들여 생산하는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 중심의 식생활로 바꾸면 자급률을 20%나 늘릴 수 있다.
기업에 사회적 책임 묻기
전 세계에서 엄청난 부를 모으는 다국적기업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요구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기업이 자신
의 이익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나 인권을 배려해야 하며, 또 그것을 기업에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특히 종업원,
지역 주민, 거래처, 환경 관련 NGO, NPO 등 여러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과 대화함으로써 기업이 다양하고 폭넓은 사회적 요구를
이해하고 따라 사회의 신뢰를 얻고 지속 가능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에 공헌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람들이 투자를 통해 기업에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 투자(SRI)'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키고 있다면
그 기업의 주식을 사고, 기업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주주로서 의견을 내거나 압력을 넣기도 한다. 이 사회적 책임 투자에는 두 가지 방
법(사회적 심사)이 있다. 하나는 나쁜 것을 선택하지 않는 방법(부정적 심사)이다. 무기 산업이나 원자력, 담배, 도박처럼 사회와 환경
에 해를 끼치는 업종이나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또 하나는 좋은 것을 선택하는 방법(긍정적 심사)이다. 자연 에너지를 이용하
려고 노력하는 기업, 지역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줘 지역에 공헌하는 기업 등 사회와 환경에 기여하는 기업을 선택해 투자함으로써 그
기업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2003년을 기준으로 사회적 심사를 따르는 시장의 크기는 미국에서 231조 엔(약 1848조 원), 유럽에서
34.5조 엔(약 276조 원)인 반면, 일본에서는 아직 0.1조 엔(약 0.8조 원) 정도에 머물러 있다.
만약 우리가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돕는 기업의 주식, 제품, 서비스를 사고 가난을 더 늘리는 기업의 것은 사지 않는 소비 기준을 빈
틈없이 지켜 간다면, 빈곤 문제의 해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국세 과세 실현하기
마지막 방법은 '국제 과세(글로벌택스)'다. 근대 국가는 국민에게 세금을(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는 많이, 적은 사람에게는 적게) 거두어
그 가운데 얼마를 의료, 교육, 생활보호 들의 복지 비용으로 다시 분배함으로써 국민의 빈부 차이를 줄이려 해 왔다. 그대로 내버려 두
면 잘사는 사람은 점점 잘살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은 나라 밖까지 미치지는 않는다.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활약하는 다국적기업으로서는 세금을 피해 이익을 거둘 수가 있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가 앞을 다투어 세금을 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이 돌아가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그 차이를 줄일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생
각해 낸 조세 구조가 바로 국제 과세다.
대표적인 것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이 고안한 '토빈세'다. 이것은 외환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나중에는 보통의 통화 거래에는 낮은 세율을, 투기적 거래에는 높은 세율을 매기는 '2단계 과세 제도'가 제안되기도 했다. 이
'통화거래세'가 도입되면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투기적 거래를 억누를 수 있고 동시에 세금으로 거둔 돈을 세계의 빈부 차이를 줄이는
데 쓸 수 있다. 세율을 거래액의 0.1%로만 해도 적어도 한 해 1000억 달러(약 100조 원)의 세금이 모일 것으로 짐작된다. 2015년까지 세
계의 빈곤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국제연합의 '밀레니엄개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돈이 적어도 한 해 500억 달러(약 50조 원)인
것을 생각하면 이것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거래세가 있다. 예를 들어 '주식거래세(세수입 200~400억 달러. 영국, 미국 들에서 실시)'
'채권거래세(세수입 500억 달러. 독일, 오스트리아에서 실시)' 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2006년 7월부터는 '항공권연대세'가 시행되기 시
작했다. 이것은 항공권에 세금을 매기는 것으로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에게 '국제연대세'를 거둬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의 3대 전염병
대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프랑스에 이어 노르웨이와 룩셈부르크에도 도입되었다. 또 빠르면 2008년부터 '국제탄소세'가
유럽연합에 가입한 25개 나라를 오가는 항공기에 대해 부과될 예정이다. 이 세금 수입은 온난화를 막기 위해 쓰인다. 나아가 '조세회피
지거래세(세수입 400~1000억 달러 예상)'나 '무기거래세' 들도 제안되고 있다.
국제 과세는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빈곤을 없애기 위한 해결법은 현실에 존재한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세계의 빈곤을 더
이상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해결 방법을 찾고 목소리를 낸다면, 머지않아 세계의 빈곤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 우에무라 다케히코 : 차비대학 대학원 공공연구센터 COE 연구원
-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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