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의 명리육아_ 양창순
식물은 가장 잘 맞는 토양에서 자라날 때 풍성한 꽃과 열매를 맺는다. 나는 부모가 아이의 적성을 일찍 찾아내어 그것이 잘 발현되도록 도와주고, 나아가 제대로 된 진로를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아이에게 그러한 토양을 제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성을 알면 아이는 좀 더 일찍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고 그것을 온전히 발휘해 나갈 수 있다. 또 올바른 진로 선택은 아이가 장차 탁월한 사회적 성취를 이루는 데 가장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거기에 더해 좋은 태도와 습관의 중요성을 가르친다면 아이의 앞날은 환히 빛나기 마련이다. 좋은 태도와 습관은 아이의 인간관계를 성공으로 이끄는 밑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중략)
장미꽃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너는 왜 백합이 아니냐고 하면 아이는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니 더욱 반항할 수밖에 없다. 임상에서 그런 경우를 많이 본다. 아이는 자유분방하고 자기표현을 하고 싶어 하는 특성을 갖고 태어났는데, 부모가 말 잘 듣고 순종적인 아이로 만들려 하면 문제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특히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도 모르면서 부모가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키는 데서 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성인이 되어 뒤늦게 '어릴 때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부모의 반대로 못 하게 되어 화가 난다'는 내담자들을 많이 만나면서 더욱 안타까움이 강해졌다. 그래서 명리심리의 지평을 넓혀, 부모가 아이의 타고난 특성과 적성을 빨리 알도록 돕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중략)
명리학의 기초가 되는 오행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그리고 명리학은 인간이 자연을 구성하는 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학문이다. 한 개인을 이루는 자연 에너지의 균형과 조화를 살펴보며 그의 특성을 이해하는 원리인 것이다.(중략)
명리학의 기본이 되는 이 오행이라는 것은 나를 이루는 기가 고착된 것이 아니라 흘러 변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자로 행(行)은 왼발이 걷는 모양과 오른발이 걷는 모양으로 이루어져 좌우의 발을 차례로 옮겨 걸어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탄생이란 그처럼 변화하는 우주의 기가 딱 그 시점에 내 첫 호흡을 통해 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의미한다. 수태되는 시간을 정확히 알수 없으니 태어나 첫 호흡을 하는 순간을 한 사람의 인생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가 태어나는 순간의 기가 나의 특성을 좌우하는 오행이 되는 것일까? 고대에 동양인들은 인간의 기와 자연의 기가 교류하여 일체가 된다는 천인합일 사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도 이 이론에 동의한다. 인간과 자연은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인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행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그림 보듯이 개인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오행에 관한 더 자세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목의 오행
목의 오행은 시작, 성장, 창조, 생명력의 상징이다. 봄을 영어로 'spring'이라고 하는데 이처럼 목의 오행을 잘 표현한 단어는 없는 것 같다. 스프링은 봄을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용수철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이미지를 한번 떠올려 보자. 용수철처럼 목은 큰 압력을 받은 양기가 분출하여 뻗어나감을 상징한다. 그것을 생육지기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겨울에 씨앗의 형태로 굳게 뭉쳐 있던 양의 기운이 밖으로 터져 나오면서 솟아오르는 기운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수의 오행을 가진 사람들은 목의 기운이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수의 기운만 있으면 생각은 많고 행동은 느린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목의 오행은 나무가 그러하듯이 끝없이 성장하려는 특성을 상징한다. 따라서 목의 오행을 가진 사람들은 의욕, 추진력, 실행력이 강하고 개혁을 추구한다.
한편으로는 하늘을 보고 솟는 아름드리나무처럼 지나치게 앞으로만 직진하려는 성향도 있다. 따라서 목의 오행이 강건한 경우 이를 통제하는 금의 오행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쓰임새가 생겨나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게 동량(棟梁)이 되어 집을 떠받치며 기둥과 들보의 역할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목의 오행이 적절하면 새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추구하고, 곧고 유연하고 온화하면서 잘 화합하는 특성을 발휘한다. 생기가 없다는 것은 이 목의 기운이 적거나 거의 없다는 의미다.
이 오행이 상징하는 소년기에는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간다는 자율성과 주도성을 확립해야 한다. 정신의학적으로는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 행동이 활성화되는 경향인 자극 추구 성향과 연관된다. 따라서 그러한 면을 살릴 수 있는 분야가 적성에 맞는다. 기획, 제조, 출판, 교육, 디자인, 설계, 문학 분야가 그것이다. 이러한 분야들이 생산성, 창의성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중략)
일간이 을목(乙木)인 경우
을목은 갑목에서 나온 양기가 한 단계 더 강건해진 단계로 목기(木氣)의 완성, 즉 목기의 실질적인 모습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목의 기운이 갑목보다 더 강하다. 외유내강의 전형이며 꺾이지 않는 생명력으로 어떤 난관에도 위로 뻗어 나가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위기 상황에서는 유연성을 발휘해 환경에 적응해 가는 현실적이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보인다.
을유(乙酉)일주
자연현상으로는 바위 위의 작은 나무를 상징한다. 재주와 지혜가 뛰어나고 감각이 남다른 데가 있다. 자기만의 개성과 취미를 발전시키려는 욕구가 강하며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따라서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 험난하더라도 잘 극복하여 명성을 드날릴 가능성도 있다. 책임감이 있고 도전 의식이 강해서 한번 하기로 결단한 일은 반드시 실천하려 한다. 인간관계에서는 유순하고 단정한 성품을 발휘하며 의리도 있다. 다만 때로는 자기를 비판하고 통찰하는 면이 강해서 심리적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중략) 명리학은 절대 결정론이 아니다. 앞서도 기술했듯 자신의 잠재 역량과 특성을 잘 이해하여, 보완해야 할 것은 보완하고 성장시켜야 할 것은 성장시킴으로써 자신의 특성이 더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아이들이 갖고 태어나는 유연함과 융통성은 대단히 강하다. 신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도 그러하다. 마치 거대한 보물창고와 같다. 따라서 그것을 부모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잘라낼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발견하고 키워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신과 의사의 명리육아_ 양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