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 염불_ 향봉스님
'감사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잠자리에 들고 일어날 때, 그리고 끼니 때마다, 걸어다닐 때 감사하고 고맙고 미안함을 느낀다. 살아 있어 손발을 움직일 수 있음은 하나의 축복이요 기적이다. 비어 있으면 비어 있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하다.
15년 전 새벽, 메주콩 삶는 데 쓰일 나무등걸을 어깨에 메고 법당 계단을 내려오다 앞으로 쓰러졌다. 한 쪽 다리와 팔의 기능을 잃어버린 순간이었다. 직감적으로 중풍이 왔음을 느꼈다. 이겨내야 한다는 의지력으로, 쓰러진 곳에서 주지실까지 60여 미터를 한 쪽 팔과 한 쪽 다리로 온갖 힘을 다하여 방에 이르게 된다.
중국에서 머문 7년 동안 침술을 익혔고 티베트에서 3년 머물 때 장의학의 기초를 배웠다. 기어오느라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지만 옷을 벗는 데도 반쪽 기능이 비어 있어 힘겨운 일이었다. 머리 등 몇 군데에서는 부황 또는 침으로 탁한 피를 뽑고 있었다. 온몸에서는 땀이 흥건히 흘러내렸다. 땀방울이 기적을 몰고 왔다. 기능을 잃었던 팔과 다리가 따뜻해지며 서서히 움직임을 되찾고 있었다.
그날 이후 세상이 다른 세상이었다. 생활이 다른 생활이었다. 작은 일에도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했다. 요즘 생활은 부족하나 넉넉하다. 비어 있으나 여유롭다. 있으면 있는 대로 행복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자유 누리며 살고 있다. 내게 있어 염불은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이다. 그 말들이 생활의 언어로 되고 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미안한 일이고.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_ 향봉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