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

장사는 저 혼자 똑똑하면 되지만 사업은 혼자 똑똑하면 안 된다_ 서정진

정정진 2021. 10. 30. 19:00

고맙다, 미안하다, 용서해라

 

서정진은 신세 졌던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는 하고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덤으로 얻은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주위 사람 모두에게 감사했다.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고맙다, 미안하다"고 했다. 동료들에게도 "그동안 애썼다. 나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었던 거 다 용서해라" 하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다. 그는 이 시기를 '내 생애 마지막 보름'이라고 표현하며 "내가 변하니 세상이 달라졌다"고 회고한다. 서정진이 자신만의 '인생 하직 인사'를 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무슨 일 있냐"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힘을 북돋아줬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줄 알았는데 가족, 친구, 동료들이 모두 그의 편이었다.

 

서정진은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대방에게 진짜 고마운 일을 쭉 얘기하니 감동하더라고요. 제가 변한 것은 딱 하나였습니다. 남들이 해준 고마운 일에 대해 한 번도 표현하지 않다가 덤으로 살기로 결심한 보름 동안 고맙다는 얘기를 쭉 하고 다녔더니 주변이 바뀌는 겁니다. 그동안 인생을 살면서 전부 내 머리와 내 능력으로 다 하려고 했습니다. 계획도, 전략도 완벽하게 잘 세웠는데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아군이 하나도 없었어요. 다 '네가 해보라'는 말뿐이었거든요.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남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생각과 행동을 내가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직원들에게도 고맙다고 하고 잘했다고 칭찬하기보다는 야단만 쳤던 거죠. 툭하면 '너는 왜 이것밖에 못 하냐, 이 정도는 해야 할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저만 잘난 줄 알았던 헛똑똑이였습니다. 감사 인사라는 작은 변화 하나에 불가능한 것들이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자살할 이유가 사라졌다. 서정진은 죽을 각오로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내 생애 마지막 보름' 동안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알게 됐다. 이 일은 서정진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그는 다시는 자살 따위 생각하지 않았다. (중략)

 

마지막 정의, 희생

 

"사장이 돈을 벌어 저 혼자 잘 먹고 잘살려고 하면 회사가 절대 커지지 않는다. 자기 생각만 하는 사장을 위해 열심히 일할 직원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려면 구성원에게 보람과 신뢰를 줘야 한다. 회사가 발전하면 내가 발전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창업자가 바뀌어야 한다. 자기를 버려야 한다. 

 

기업가정신의 마지막 정의는 하나다. 희생이다. 창업자는 기업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람이어야지 군림해선 안 된다. 직원들이 회장 개인의 회사가 아니라 우리 회사라고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이익보다 회사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회사를 신뢰할 때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거다."

 

끝까지 인내

 

"직원들이 나를 도왔다. 파트너들도 나를 도왔고 주주들은 나를 믿고 기다려줬다. 많은 투자자들이 한편이 되어 나를 밀어줬다. 절대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

 

내가 이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라 해도 30퍼센트의 필요조건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70퍼센트의 충분조건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혼자 잘난 척하다 끝나는 거다. 사업과 장사는 다르다. 장사는 저 혼자 똑똑하면 할 수 있다. 사업은 혼자 똑똑하면 안 된다. 기업가가 가져야 할 덕목은 기다려주는 것이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고 하고 싶은 말도 참아야 한다. 보이는 대로 지적하면 '너 혼자 해봐. 너 잘났어' 하며 구성원들이 참여하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똑똑한 사람이라면 똑똑한 척 안 하는 거 무진장 어렵다. 그래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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