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게 되었다_ 진민영
약 10개월 간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썼다. 변화는 느렸지만 나는 매일 성장했다. 몰랐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은 더 구체적으로 배워갔다. 내향적이고 민감하고 독특한 관심사를 가진 내 모습도 독특하면 독특한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조금씩 좋아졌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민감하고 남들이 재미있다는 90%가 무덤덤하며 생각도 많고 혼자를 좋아하는 성향도 변하지 않았다. 키가 커지지도, 얼굴이 달라지지도, 눈동자 색깔이 변하지도, 눈썹 모양이 바뀌지도 않았다. 6개월 전이나 후나 친구는 여전히 "넌 그대로구나." 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동안 나는 참 많이 변했다. 쇼핑을 하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고, 소유하던 물건의 90%를 처분했다. 1년째 바닥 취침을 하고 있고, 매일같이 운동을 하게 되었다. 출판을 했고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세상에 있다. 내키지 않는 일은 거절하고, 불편한 만남은 갖지 않으며 하고 싶은 일, 끌리는 일을 그냥 한다.
난 여전히 비슷한 사람이다. 친구들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그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세상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친구, 가족, 관계, 주변, 어느 것 하나 같은 게 없었다. 길에 핀 꽃, 한강변의 오리떼, 날아다니는 잠자리마저도 달리 보였다. 내 눈에 비친 세상은 너무 많이 변했다.
예전엔 성장이란 오로지 '나'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지식의 부피가 늘거나 인격이 진보하거나, 아름다워지거나, 장기가 노련해지거나, 자아가 성숙해지는 일이 곧 성장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축적된 시간은 전부 그 자체가 성장이었다. 때로는 성장이란 눈에 보이지도, 귀로 들을 수도, 손으로 잡을 수도 없을 때가 있다. 어쩌면 그 순간 내가 가장 깊이 있는 발전을 일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성장을 한 지난 1년, '나'의 변화를 수치로 환산해보면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나이도 고작 한 살 더 먹었고 내가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내가 경험한 변화를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가 더 큰 성장이었다. 달라진 내 모습보다,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 나의 태도를 더 칭찬하고 싶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도,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눈에 담는 풍경이 달라진다. 개인의 변화만이, 눈에 보이는 수치상의 성장만이 다가 아니다. 성장이란 누군가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감으로 스스로 느끼는 것은 모두 성장이다.
조그맣게 살 거야_ 진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