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 뭘 해야 할까_ 박앤디
사람들에게 무엇을 잘하느냐고 물어보면 성인들조차 외국어나 수학 등 교과목으로 답하거나, 엑셀 다루기나 발표 등 직장에서 했던 일 중에서 능숙한 것을 고른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찾아서 배우고 잘하게 된 것을 말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같은 질문을 외국에서 던져보면 어떨까? '다른 사람을 잘 웃게한다' '강아지와 잘 놀아준다' '손으로 칠판에 완벽한 원을 그릴 수 있다'등 우리가 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대답을 내놓는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서는 내가 잘하는 것이 곧 나라는 사람을 말해주는 경우가 별로 없다. 반면 취미는 일과 공부에 비해 내가 탐색할 수 있는 자유가 상대적으로 많다. 따라서 좋아하는 일은 취미에서 찾고, 잘하는 일은 일에서 찾다 보니 대부분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영역이 겹치기 어렵다.
최근에는 직장인들이 여가 시간에 목공이나 요리, 사진, 춤을 취미로 시작해서 수준급 실력을 갖추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혹자들은 취미생활을 전업으로 바꾸는 용기를 내어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영혼 없이 집과 회사를 오가는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나도 때려치우고 좋아하는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쉬운 결정은 아니다. 결국 '해야 하는 일(혹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도돌이표 고민만을 할 뿐이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둘 중 무엇을 고르는 게 옳은 선택일까? 수백 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커리어를 상담하며 내가 내린 결론은 좋아하는 것을 택하라는 것이다.
지금의 2030 세대는 직업의 세계에서 다양한 경험과 탐색을 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에 자신이 잘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 영역이 너무 좁다. 반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 당장은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울지 몰라도,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경험이 쌓이면 좋아하는 일도 잘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내가 직접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꾸준히 열심히 한다면, 최소한 남이 시켜서 잘하게 된 일보다는 결과가 더 좋을 것이다.
주의할 점은, 잘하는 것이든 좋아하는 것이든 그 행위나 환경의 특성이 내가 매일 반복하는 업무의 특성과 연결되는 것이지, 그 분야나 영역 자체가 특정 직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영어를 잘한다고 통번역 일을 고민하거나, 취미로 요리를 좋아한다고 셰프로 전직할 필요는 없다.
내가 무언가를 잘하게 되었거나 좋아한다면, 나의 어떤 성향이나 강점과 연결되었기 때문인지, 또 이런 성향과 강점을 내가 관심 있는 직업과 분야에 적용하면 어떤 모습일지 고민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요리를 할 때 레시피를 실물로 구현해내는 과정이 즐거운지, 내가 만든 요리로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때 즐거운지 이유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전자처럼 무언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라면 주방뿐 아니라 화학 실험실에서든 건축사무소에서든 즐거울 수 있다. 후자처럼 자신이 만든 것으로 타인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라면 요리가 아니라도 광고 회사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를 만들거나 공방에서 액세서리를 만들어 팔아도 즐거울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이렇게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 업무가 나와 잘 맞을지에 대한 방향성과 기준이 명확해야 성향과 강점을 직업 선택에 반영할 수 있다. 20~30년 동안 입시와 취업을 위해 온갖 공부만 해온 사람이 특정 과목이나 공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것말고 잘하는 게 없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현재 잘하는 것에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말고, 미래에 내가 잘하는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일로 가능성을 넓혀보자. 즐기면서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배워보는 것이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잘하는 것이 과거 십수 년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였던 것을 잊지 말자. 좋아하는 일 역시 그만큼의 정성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투자일 것이다.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_ 박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