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종교

삶이라는 모호함을 견딜 것_ 김수현

정정진 2020. 11. 6. 15:42

나는 점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그 호기심을 풀어준 것은 <이영돈 PD가 간다> 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대한민국 10대 점술가를 검증하라' 편에서

제작진이 전국에 내로라하는 점쟁이들을 찾아가 직접 검증했다.

검증 방법은 연쇄살인마의 사주와 어리 나이에 납치를 당해

살해당한 아이이 사주를 점쟁이에게 묻는 것이었다.

그중엔 신기할 정도로 용한 점쟁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실과 전혀 딴판인 이야기를 했고,

제작진의 첫 번째 검증 관문을 통과한 점쟁이는 겨우 6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2차 관문에서는 2명밖에 통과하지 못했고,

끝판왕이던 점쟁이조차도 자신의 점괘를 100% 확신하지는 않았다.

천만 원이 넘는 복비를 들였으니,

적어도 100명이 넘는 점쟁이를 만났을 텐데 딱 들어맞는 점괘는

고작 몇 개에 불과했던 거다.

 

결국 점이라는 건,

홍삼가루가 5% 첨가된 홍삼 캔디처럼

약간의 진실이 함유된 추측일 뿐이다.

우리는 삶에 확신을 얻고 싶어서 점을 본다.

하지만 노스트라다무스가 관 뚜껑을 열고 나온다 해도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그건 점쟁이의 내공이 부족해서 혹은 복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삶의 본질이 모호함에 있기 때문이다.

 

확신이 필요한 당신에겐 미안하지만

10년 동안 타로, 사주, 신점을 가리지 않고

숱한 기여를 하고 내린 결론을 말하건대

삶이란, 결국, 모호함을 견뎌내는 일이다.

 

결국, 점보는 이유는

다 잘 될 거라는 그 한 마디를 듣기 위해서다.

"다 잘 될 거예요."

점쟁이 대신 믿으시게, 자신의 힘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_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