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직장에 다닐 때 하라_ 고명환
"'창업할 때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게 나을까, 아니면 그만두는 게 나을까?'..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은 직장을 그만둔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보다 33퍼센트 낮았다.. 자신들의 사업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대안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와비파커 창립자들은 사람들이 안경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것이라는 입증되지 않은 가설을 바탕으로 창업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 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
독자 중에는 창업하고 싶은 마음에 조만간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이 알려주는 바에 따르면, 그리고 내 경험에 의하면 절대 직장을 그만두면 안 된다. 나 역시 메밀국숫집을 오픈할 때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을 꼬박꼬박 벌고 있었다. 가게가 자리를 잡은 뒤에도 원래 하던 일들을 그만두지 않았다. 그랬기에 식당에서 즐겁게 서빙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모든 일을 그만두고 식당에만 올인했다면 어땠을까? 손님의 말 한마디가 엄청난 무게를 가졌을 것이다. 작은 칭찬에 들떴다가 작은 지적에 의기소침해지길 반복했을 것이다.
돌아갈 곳이 있다 해서 일을 대충 하게 되진 않는다. 확고한 목적만 있다면 오히려 부담 없이 즐기며 일할 수 있다. 단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창업하려면 혼자서는 무리다. 함께할 사람을 꼭 찾아야 한다.
어떤 일을 할 때 '올인해야 한다' 거나 '모든 걸 걸어야 한다'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모든 걸 걸면 너무 비장해져서 즐겁게 일할 수 없다. 나는 '한 우물만 파야 한다'는 말도 언제나 맞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평생 한 가지 일만 하며 살던 시대는 지났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세상이다.
난 '접시를 돌린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어릴 적 봤던 <묘기대행진>이라는 프로그램에는 동시에 여러 개의 접시를 돌리는 묘기가 종종 등장했다. 일단 접시를 하나 돌리고 그 접시가 혼자 돌기 시작하면 또 하나의 접시를 돌린다. 그런 식으로 열 개가 넘는 접시를 동시에 돌린다.
난 메밀국수라는 접시를 돌린다. 공연 기획이라는 접시를 돌린다. 책이라는 접시를 돌린다. 강의라는 접시를 돌린다. 연기라는 접시를 돌린다. 접시가 혼자 돌아갈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으면 된다. 알아서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면 된다. 처음엔 어렵지만, 접시 하나를 돌리는 방법을 알면 그다음부터는 쉽다.
홍석천 형은 이태원에 'MY'로 시작하는 식당을 아홉 개나 가지고 있다. 방송도 여러 개 한다. 그는 가게를 하나 운영하나 열 개 운영하나 스트레스는 똑같다고 말한다. 어차피 하루 24시간 안에 해야 하는 일이다.
시스템을 만들고,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어 분업하라. 그렇게 하면 접시를 열 개씩 돌리면서도 가끔 낚시도 가고 해외여행도 떠날 수 있다. 치열한 노동 후에 떠나는 여행이 진정한 여행이다. 시간이 남아돌 때 떠나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방황이다.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 부디 직장에서 한 가지 일만 하면서 평생을 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다 은퇴하면 정말 할 일이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 얼마든지 다른 접시를 돌릴 수 있다. 여러 개의 접시를 돌려보라. 정말 재미있다.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는 순간 접시가 돈을 벌어다 준다.
양다리 걸친다고 뭐라 하지 마라. 요즘은 양다리 걸쳐야 한다. 한 군데서 실패했을 때 돌아갈 곳이 있어야 한다. 다시 한 번 숨을 고르고 또 다른 아이디어로 도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창업을 하려면 이렇게 해라.
1. 일단 취업하라. 당장 먹고살 수 있고 실패했을 때 돌아갈 수 있는 곳을 확보하는 것이다.
2. 책을 읽고 아이디어를 짜라.
3. 동지를 찾아라.
4. 창업 자금을 모아라.
5. 직장에 다니면서 창업을 하라. 요즘 같은 시대에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얼마든지 창업할 수 있다.
6. 실패하면 돌아가 다시 아이디어를 짜라.
7. 사업이 성공적이면 적절한 시점에 직장을 나와라. 창업하자마자 바로 나오면 안 된다. 최소한 3년은 지켜봐야 한다. 3년이 지나도 사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면 직장을 그만둬도 된다.
8. 끌려다니지 않는 삶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라.
* 고명환의 돈 되는 TIP *
직원 뽑는 법
사업은 결국 사람이다. 그렇다면 동업할 사람을 찾고 직원을 뽑을 때 그 사람이 적합한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첫 인상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사람을 잘못 읽을 때가 많다. 너무 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사기꾼은 이렇게 생겼고 착한 사람은 이렇게 생겼다는 고정관념을 갖게 됐다.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주인공의 외모를 상상한다. 아마 읽는 사람마다 상상하는 모습이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텔레비전은 상상의 여지가 없다. 보여주는 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텔레비전 속 인물들은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저렇게 생긴 사람이 사기꾼이구나.' 하지만 실제로는 첫인상과 다른 사람들도 많다.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편견이 들어설 여지를 차단하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한다.
나는 직원을 뽑을 때 절대 외모로 판단하지 않는다. 외모 때문에 훌륭한 사람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한 달은 같이 일해봐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한 달 월급 정도는 투자라고 생각하고 같이 일해보라. 그러면 우리 가게와 맞지 않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다. 편견을 버리고 사람을 읽는 방법을 연습해보자.
책읽고 매출의 신이 되다_ 고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