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 많으면 몸이 약해진다_ 조용헌
'재물이 많으면 몸이 약해진다.' 재다신약의 뜻이다. 이 말은 사주명리학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다. 경제학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단어이기도 하다. 왜 돈이 많으면 몸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약해진다고 했을까?
사주에서 재물의 개념은 '극하는' 것이다. 금극목, 화극금, 목극토, 토극수, 수극화 라고 하듯이, 금 체질의 사주는 목이 재물에 해당한다. 금이 목을 극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으로 만든 톱과 칼은 나뭇가지를 칠 수 있다. 대장간의 불은 금을 녹인다. 극한다는 것은 '이겨먹는다.' '집어삼킨다.' '제압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당연히 에너지 소모가 뒤따른다. 이겨먹고, 집어삼키고, 제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정면 대결하는 일이다. 따라서 팔자에 재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맞대결할 일이 많은 셈이다. 이렇게 정면 대결을 많이 하면 심장병에 걸리거나 암에 걸리거나 공황장애가 온다.
한국사회에서 300억 원 넘는 재산은 다 사이버머니다. '장부상의 돈'이라는 얘기다. 그 이상의 돈은 마귀를 불러온다. 온갖 물어뜯는 것들이 달려들기 마련이다. '왜 너만 먹고 사냐, 나도 좀 줘라.'다. 그러면 골치가 아프다.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 형제자매, 온갖 친척들이 달려든다. 그런가 하면 옆에서는 '이거 투자하면 대박 나니 여기에 투자하라.'고 유혹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빼먹으려고 주변에서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렇게 돈과 계약서로 인간관계가 엮이면 그 다음 발생하는 일은 고소, 고발, 소송이다. 변호사와 가깝게 지내야 한다. 재판이 보통 서너 개씩 걸려 있다. 법정에 자주 들락날락하는 생활은 삶의 질을 확 떨어뜨린다. 우선 재판을 하다 보면 잠을 깊게 잘 수 없다. 자기가 재판에서 질 수 있다는 불길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불면증이 오고, 불면증이 오다 보면 결국 큰 병이 온다.
많은 재물을 관장하려면 이런 과정을 견딜 수 있는 강심장과 강한 위장과 강한 대장, 강한 간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강한 오장육부를 지니고 있으면 재다신강한 팔자다. 재다신강한 사람들은 눈빛이 강렬하다. 골격이 단단하고 크다. 식사를 잘한다. 빨리 먹는 것은 물론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많이 먹는 특징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다신강한 팔자로 보인다. 하루에 햄버거를 큰 것으로 4개씩 먹고 콜라도 10병씩 마신다고 외신에서 전한다. 키가 190센티미터다. 70대 노인이 빅맥 햄버거를 4개씩 먹고 소화가 될까. 콜라 10병씩 먹고 당뇨병도 안 생기나. 한마디로 장사 체질인 것이다. 이게 다 타고난 체질이고, 체질은 결국 팔자이기도 하다. 이 정도 신강은 되어야 재물과 권력을 감당할 수 있다. 스트레스에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현대그룹의 창업자 정주영 회장도 한국전쟁 때 쌀가마니를 등에 지고 한강 철교를 건너갔다는 일화가 있다. 신입사원들과 씨름판에서 씨름하기도 하고, 그 많은 여인들을 상대하면서도 몸에 이상이 오지 않았고, 크게 원성도 듣지 않았다. 절륜한 정력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이런 팔자가 '재다신강'의 운명이다. 우리 같은 약골 팔자가 그렇게 했다가는 바로 사망하거나 패가망신한다.
재다신약한 팔자로 태어났으면 대처법은 무엇일까? 진단만 정확하면 처방은 있기 마련이다. 우선 신약을 보강하는 방법은 독서와 공부, 그리고 호학하는 친구를 가깝게 두는 일이다. 독서를 하면 사람을 덜 만나게 된다. 신약한 사람은 사람을 많이 만나면 진이 빠진다. 독서를 하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독서를 하면 역사의 현인들과 대화를 하는 셈이다. 독서를 하면 자기를 돌아보게 되어 실수가 적다.
독서를 많이 한 학자풍 친구들과 노는 것도 방법이다. 역사와 철학, 종교와 예술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디어도 얻는다. 판단에 도움이 되는 사례도 얻는다. 인간의 삶이 궁극적으로는 공과 허라는 사실을 유념하게 된다. 한 손에는 역사책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노장과 불교를 공부하면 돈에서 파생되는 번뇌를 줄일 수 있다.
재다신약한 팔자에서 가장 큰 위기는 재물이 들어올 때다. 대운에서 재물이 들어오는 해에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재물이 들어오는 해가 좋지만, 재다신약은 재물이 화근이 된다. 이때에 닥쳐서는 재물을 주변에 많이 풀어야 한다. 낚시터에서 미리 떡밥을 뿌리듯이 주변에 소소하게라도 돈을 쓰는 게 좋다. 떡밥을 뿌리면 고기가 많이 모여 들고, 모여 든 고기들은 결국 나의 우군이 된다. 먹으면 도망 못 간다. 유사시에 나의 우군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재복이 있다는 것은 돈을 쓸 수 있는 입장을 의미한다. 통장에 수백억 넣어두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색한 사람은 결과적으로 재복이 없는 팔자와 같다. 물론 여기서 돈을 쓴다는 것은 좋은 일에 베푼다는 것을 뜻한다.
돈이 많으면서도 긴장하지 않고 비교적 한가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팔자들이 진정한 상팔자들이다. 특징은 식신생재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식신은 주변에 돈을 잘 푼다는 뜻이다. 약간 푼수 같은 느낌도 든다. 인간관계에서 후하게 처신하다. 이들은 재물이 들어올 때도 수월하게 들어온다. 다른 사람이 재물을 물어준다고 보면 맞다. 죽을 둥 살 둥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옆에서 이상하게 도와줘서 큰돈을 만진다. 작은 부자들은 돈을 아껴서 부자가 되지만 큰 부자는 돈을 써서 부자가 된다.
식신생재 팔자를 타고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윗대 조상 가운데 적선을 많이 한 사람이 반드시 있었다는 사실이다. 조상이 쌓아놓은 복을 후손이 받아먹는 셈이다. 이런 이치를 알고 있었던 지혜로운 부자들은 집안에 우환이 생기거나 몸이 아프면 재물을 풀었다. 주변을 기쁘게 하여 그 기쁜 에너지를 자신이 당겨서 쓰는 셈이다.
- 조용헌의 '인생독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