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학

질문이 어려워질수록 도시로 향하는 인간_ 신현규, 이광재

정정진 2018. 9. 21. 15:29


인간이 도시에 던졌던 수많은 질문을 인공지능이 대신 답해준다면, 과연 도시는 그 효용성을 잃을 것인가? 도시는 인공지능에게 자리를 내어줄 것인가? 인간의 사회성이 빚은 총아이자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었던 도시는 그 가치를 잃어버릴 것인가? 인간은 더 이상 지금처럼 모여서 살 이유가 없어질 것인가?


아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근거 없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그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근거는 바로 도시다. 도시는 적어도 아주 오랫동안 인공지능에 의해 와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통계적인 근거다. 1960년대 이후 전 세계 인구 중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의 비율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UN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전 세계 인구의 54.3%는 도시에 머무르고 있다. 1960년에 이 수치는 33.6%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약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그런데, 도시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전 세계 인구 75억 명 중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14억 명), 인도(13억 명), 인도네시아(2억 5,000명), 브라질(2억 명) 등에서 도시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5~6년 전부터 내륙굴기라는 정책을 통해 1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구를 도시로 흡수하고 있다. 1960년 16%에 머물렀던 중국의 도시화 비율은 2016년 57%로 올라갔다. 아직 도시화 비율이 33% 정도에 그치고 있는 인도는 국가 최대의 경제정책이 도시 건설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00대 스마트시티'건설 계획을 세우고 황무지에 신도시를 지속적으로 건설하고 있다. 5년간 1조 루피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국토 중 도시 면적이 세 번째로 넓은 나라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기구들이 다양한 도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세계은행은 2025년이 되면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 10명 중 7명은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현재 도시화 비율은 55%). 이처럼 개발 과정에 있는 국가들이 도시화에 전념하는 이유는 시민이 보다 좋은 인프라스트럭처가 갖추어져 있는 도시로 이주하여 삶의 질이 향상되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보다 현실적인 근거다. 도시는 국가라는 거대한 전자회로에 경제적 부가가치를 유통시키고 축적하는 트랜지스터 반도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의 부가 유통되고 축적되는 장소가 바로 도시다. 반도체가 많은 전자제품 회로가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뛰어난 도시가 많은 국가는 더 많은 부를 생산하고 축적할 수 있다. 수치적으로도 이는 증명이 된다. 동남아시아의 맹주인 태국 같은 경우 도시 거주 인구가 1% 증가할 때마다 GDP가 7% 증가한다는 것이 세계은행의 회귀분석 결과였다. 같은 조사에서 도시 인구 1% 증가는 중국의 GDP 10%, 인도네시아의 GDP를 13%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승리>의 저자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평균적으로 도시의 인구가 1% 늘어나면 그 나라의 생산성이 30% 향상되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도시는 한 국가의 부를 증진시키고 축적하는 더할 나위없는 수단이다. 게다가 도시가 부를 창출하는 능력은 향상되고 있다. 영국이 인구 900만 명이던 시점에서 1인당 GDP를 2배로 늘리는 데 걸린 시간은 154년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이 시간이 53년 걸렸고, 인도는 16년, 중국은 12년 걸렸다.


물론 인공지능도 국부를 창출한다. 경영컨설팅회사인 엑센추어는 2016년 인공지능이 기존 산업들과 결합하면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이 지금의 2배가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인한 경제적 과실은 대부분 선진국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인공지능은 그 특성상 컴퓨터공학이나 뇌 과학을 전공한 뛰어난 인재들이 필요한 산업인 데다, 특허로 기술이 보호받는 산업이기 때문에 선진국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반해 도시화 현상은 국가적 빈부격차와 큰 관계가 없었다. 지난 50년간 도시화 비율 자체가 그를 증명한다. UN의 통계에 따르면 소득이 높은 국가의 도시화 비율은 64%(1960년)에서 81%(2016년)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저소득 국가의 경우는 11.8%에서 31.2%로 늘어났다. 각기 약 20%포인트씩 늘어난 셈이다. 따라서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인공지능보다 도시화로 인한 경제성장이 훨씬 잡기 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는 어떤 개발도상국이라도 도시화로 인한 경제성장 효과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컴퓨터공학과 뇌 과학을 전공한 인재가 부족하고, 특허자산 또한 부족한 개발도상국이라면 인공지능은 포기할 수 있을지 몰라도, 도시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셋째, 가장 본질적인 근거다. 인공지능은 과거에 생성된 의미들을 연결시킨 네트워크가 근간이다. 하지만 도시는 미래를 생각하는 수많은 인간들의 네트워크가 근간이 된다. 인공지능이 과거라면, 도시는 미래다.


인공 신경망 번역 기술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술은 'I am a boy'라는 문장과 '나는 소년입니다'라는 문장의 의미를 일치시키는 신경망을 만들어 입력해둔 다음, 'I am a boy South Korea equipped with passion and commitment'라는 확장된 문장을 '나는 열정과 각오로 무장한 대한민국 청년입니다'라는 문장으로 번역해내는 능력이다. 이는 인간의 뇌 구조를 컴퓨터로 모사한 것인데, 기본적으로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문장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점에서 과거를 미래로 확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그 본질로 한다. 여기에 서울에서 벌어진 하나의 사례를 소개한다.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 창업자인 김선상(35세, 가명) 씨는 2016년 하반기에 이른바 '죽음의 골짜기'를 맞았다. 죽음의 골짜기는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를 받은 지 3년 정도 지나면 자본금이 소진되고 다음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까지 극심한 고난이 이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한민국의 스타트업들은 이 시기에 41% 정도가 폐업신고를 한다.


그는 몇 번이고 포기할 생각을 했다. 이미 초기 투자자금은 모두 소진됐고 정부가 이들의 창업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도 대부분 탈락했기 때문이다. 사무실 임대료는커녕 핵심 인력 1명에 대한 급여를 주지 못한 지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김 씨가 정부가 마련한 '공공데이터활용지원센터(오픈스퀘어)'에 둥지를 틀면서 상황은 변했다.


처음에는 비슷한 처지에 있던 입주 스타트업들과 고민을 나누는 정도에 그쳤다. 커피를 같이 마시고, 저녁에는 술도 한잔하면서 고통을 나누었다. 그런데 그렇게 마주앉아 대화하디 보니 길이 서서히 열렸다. 한 은행에서 핀테크 관련 아이디어 공모전을 한다는 소식을 다른 스타트업에서 들었고, 기존 사업 모델을 약간만 전환하는 피봇팅을 하면 입선이 가능하다는 주변의 조언이 이어졌다. 여기에 2017년 하반기에 정부기관에서 따낼 수 있는 일감이 나올 거라는 입소문까지 들을 수 있었다. 다 죽어가던 김 씨에게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도시는 우연을 기획하는 기계다


도시는 이처럼 집적과 융합을 통해 기획된 우연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도시 인구 1%가 증가할 때 인도네시아 GDP의 13%가 증가한다는 선형적인 상관관계는 이런 우연 덕분에 발생한다. 떨어져 있으면 몰랐을 정보가 도시를 통해 유통되고,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만나면서 새로운 출발이 시작된다. 이런 서로 간의 네트워크 연결과정은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우연적 만남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만남이 인간의 행복을 위해 기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은 우연적 만남을 모사할 수는 있지만 인간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우연을 기획하는 능력은 없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나 스티브 호킹 박사 같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힘주어 주장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가 스스로를 진화시키기 위해 제시하는 정책들은 정치적으로 이미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9만 명이 활용하고 있는 오피스 공휴회사 위워크는 그런 기획된 우연을 상품화하고 있는 회사다. 멤버십 비용을 내면 전 세게 어디서든 오피스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기업이다. 일각에서는 위워크를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공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사무공간으로 확장시킨 기업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위워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 정도의 기능에 만족하지 않는다. 위워크는 칸막이가 쳐진 사무공간이 아니라 토론하는 라운지를 중심으로 하는 업무공간이다. 오피스 사이의 벽도 심지어는 통유리로 설계하여 옆집과의 소통을 편리하게끔 만들었다. 새롭게 창업한 사람들이나 중소기업, 심지어는 대기업의 특별 태스크포스 팀도 이곳에 자리를 잡고 다른 사람들과 의견교환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워크는 주기적으로 자신들의 비용으로 파티를 주최하여 입주한 기업 간 네트워크를 강화해주기도 한다. 결국 위워크는 입주한 기업에게 쾌적한 업무공간이나 안전한 보안장치뿐만 아니라, 네트워킹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세렌디피티(뜻밖의 발견) 또한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뉴욕도 기획된 우연의 산물이었다. 1970년대 중반 뉴욕은 제조업의 전초기지이자 물류 중심 도시였다. 하지만 항공 기술의 발달로 해운운송업은 일거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제럴드 포드 당시 미국 대통령은 급격한 재정위기에 빠진 뉴욕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구제금융을 거부했다. 뉴욕의 <데일리&뉴스>는 1면의 헤드라인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포드가 뉴욕에게 : 떨어져 죽어라!"


하지만 뉴욕에는 이미 위기를 이길 수 있는 자원들이 내재돼 있었다. 제조업과 물류 산업 주변에 모여 있던 금융가 월스트리트는 사람들이 새로운 조건에 맞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요건이 갖춰져 있었다. 금융가들은 서로 모여서 살길을 찾기 위한 만남을 시작했다. 뉴욕의 전통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부실채권을 어떻게 정리할지를 놓고 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가 교환된 것이다. 이후 뉴욕에는 '정크본드의 왕'이라 불렸던 마이클 밀켄 같은 하이일드 채권투자자들이 최초로 등장하게 된다. 쓰레기 등급의 채권을 한데 묶어서 원금이 회수되는 우선순위를 나눈 다음, 가장 안전한 선순위채권부터 가장 위험한 최후순위채권까지 쪼개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의 개념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선물과 옵션이 거래소를 통해 유통되면서 현물자산의 부실위험을 줄여주기 시작했고, 상장지수펀드라는 새로운 금융상품이 나타난 것도 이 시기다. 이른바 금융 혁신이 뉴욕을 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의 부흥은 도시의 진정한 가치가 물류 중심지라는 1차원적 가치에서 인적자원의 집적을 통한 기획된 우연의 창조에 있음을 보여준 전환적 사례였다.


인공지능이 위기에 빠진 뉴욕 시민을 구할 수 있는 우연을 기획할 수 있을까? 아직 그런 증거는 없다.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증거들은 많다. 2017년 7월 미국의 기술전문 매체인 <테크타임스>는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실험실에서 개발된 인공지능들끼리 인간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인간의 언어가 아닌, 그들만이 알아듣는 언어체계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분석까지 기사에 덧붙여졌다. 하지만 그들의 언어는 인간에게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은 그들끼리의 대화를 금지시켰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우연은 인간을 위해 기획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로마시대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던지는 원초적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는 도시였다. 인간이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도시의 위치는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나아가, 인공지능이 답해줄 수 없는 부분을 도시는 답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전 세계 어느 도시 중 하나는 이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것이다.


도시가 주는 로봇세, 기본소득제에 대한 해답


4차 산업혁명과 도시라는 두 거대한 점을 잇는 작업을 시작하며, 필자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앤서니 기든스라는 영국의 사회학자였다. 신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현실에 근거하지 않고 관념적으로 대립하던 1980년대에 그는 제3의 길이 가능하다는 이론적 근거들을 제시했다. 그의 이런 현실에 뿌리박은 이론가적 기질이 미증유의 시대를 헤쳐나가야 하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2017년 초 필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좌와 우, 모두를 넘는 개념으로 도시를 꼽았다. 기든스 교수는 "도시는 디지털혁명이 가져오는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자율주행차의 법적 문제가 해결되면 도시 이동성은 달라질 것이고, 사물인터넷을 통해 도시의 삶 구석구석이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에너지 체제의 변화를 도시로 인한 문명적 진화의 사례로 꼽았다. 그는 "화석연료의 최종 위기는 신재생에너지 때문이 아니라 디지털혁명 때문에 도래할 것이다. 스마트시티가 화석연료의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기든스 교수는 "도시에 분산된 IT 시스템이 과거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을 대체하기 때문에 거대 에너지 자본이 고개를 숙일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이처럼 도시는 변화의 첨병이기 때문에) 시민은 시장에게 디지털 혁명시대의 리더십을 보여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보다는 작은 주와 도시를 단위로 해 지역적 실험이 진행돼야 한다. 도시는 교육, 의료, 문화 등 삶의 질에 대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기든스 교수는 도시에서 인간에 대한 새로운 투자가 이뤄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화이트칼라 직종이 사라질 거란 우려도 있지만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면서 인간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강조했다.


그런데 오늘날 국가는 분리, 고립주의의 전쟁에 빠져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가 나설 때다. 기든스 교수는 "디지털 혁명 이후 새로운 문명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 단위에서 로봇세, 기본소득제도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분야에서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든스 교수는 제3의 길이라는 개념을 주창한 영국 사회학자이자 정치가다. 사회학자로서 그만큼 세계 정치에 영향을 많이 끼친 이는 드물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현실정치의 지형을 크게 바꿨다. 1989년 옛 소련 붕괴 이후 이념 갈등이 종식되면서 다니엘 벨의 <이데올로기의 종언>이 현실화되자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제3의 길> 등 저작을 통해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 양대 세력을 통합하는 이론적 근거들을 제시했다. 1938년에 태어나 현재 런던정치경제대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영국 상원의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넥스트 인공지능, 넥스트 스마트폰


"스마트시티를  만들자는 것은 단순히 도시에 신기술을 입히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하지만 그건 아주 단세포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시민이 원하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행정, 의료, 교육 등 모든 서비스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모두 의미한다. 스마트시티는 인간과 인간을 더욱 효과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시도다."


바르셀로나 디지털 혁신 국장인 프란체스카 브리아는 2017년 2월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스마트시티 세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패널토론에는 모스크바, 상하이, 브리스톨, 더블린, 부쿠레슈티 등의 도시에서 스마트시티 혁신을 담당하고 있는 국장들이 참석해 각자 도시혁신 사례들을 소개했다.


상하이에서 경제와 IT를 담당하고 있는 샤오 즈칭 부의장은 세션에서 "혁신과 환경 그리고 새로운 문명을 만드는 기초적 그릇은 다른 어떤 기술 이전에 도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서 정보통신 부국장을 담당하고 있는 안드레이 베로제로프는 "모든 기술과 디바이스가 도시라는 용광로 안에 연결될 수 있다. 센서, 칩셋 등이 도시 곳곳에 심어지면서 사물인터넷은 도시 인터넷의 형태로 먼저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는 도시에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인공지능을 일부 도입했고 그를 통해 입찰 시스템을 개선시켰더니 3,500만 달러의 구매예산이 2,000만 달러로 줄어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공공 서비스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도 별도로 개발했는데 이를 통해 경찰정보, 법원 서비스, 병원 예약 등을 진행했더니 2015년에 3억 5,000만 건의 서비스 요청이 2016년에는 5억 1,000만 건으로 늘었다. 모스크바는 또 인공 신경망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의 폐암을 97% 가량 사전에 진단할 수 있었다. 베로제로프 부국장은 "모스크바에서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들 전 세계 각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시를 스마트시티로 진화시키고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넥스트 스마트폰, 넥스트 인공지능, 넥스트 4차 산업혁명 상품이 바로 스마트시티다.


도시 이후의 도시_ 신현규, 이광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