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

즐거워야 추격할 수 있다_ 박종훈 기자

정정진 2018. 4. 15. 10:51


사람도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혜안을 키우려면 잘 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교수가 이끄는 미시간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연구팀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지닌 결정적인 차이를 찾아내기 위해 1901년부터 2005년까지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와 다른 과학자들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이 다른 과학자들보다 오랜 시간 연구에 몰두하거나 지능지수가 훨씬 높은지 확인했다. 그러나 연구시간이나 지능지수 측면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은 다른 과학자들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노벨상 수상자 중 12명은 학교 성적이 평범했고 지능지수도 일반 대졸자들의 평균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측면에서 노벨상 수상자들만의 독특한 특징이 나타났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다른 과학자들에 비해 예술 활동이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경우가 월등히 많았다. 특히 직접 무용이나 마술 등의 공연을 하는 경우가 일반 과학자보다 22배나 많았고 소설이나 시를 쓰는 경우도 12배나 되었다. 목공이나 유리 공예 같은 각종 공예를 하는 사람도 7.5배나 많았고 미술 관련 활동을 하는 비율은 일곱 배, 음악 관련 활동을 하는 비율은 두 배 높았다.


미시간대 연구팀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예술 활동을 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런 다양한 경험을 찾아다니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여가를 즐기며 제대로 노는 것이 창의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결론 내렸다.


진정한 혁신은 다양한 일에 호기심을 갖고 독특한 경험을 해온 사람들만의 영역이다. 눈앞의 업무에만 몰두해 모든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은 평상시 조직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새로운 혁신의 주체가 되기는 쉽지 않다. 마치 80퍼센트의 노는 개미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듯, 다양한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컴퓨터를 개발하고 5년이 지난 1982년 "혁신적인 일을 하려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경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잡스가 첫 직장이었던 아타리에서 일하면서 어느 정도 돈을 모으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도로 여행을 떠난 것이었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흔히 조직이 눈앞에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는 '일벌레'들로만 구성되어 있으면 더욱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조직은 작은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런 조직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에 도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역전을 꿈꾸는 후발 주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조직원들로부터 혁신의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자신의 조직을 혁신적이고 창의적으로 바꾸고 싶다면 뛰어난 인재를 뽑는 것보다 조직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앞서 소개한 구글이나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같은 창의적인 기업들이 회사를 마치 놀이터처럼 자유분방하게 꾸며놓은 이유는 '제대로 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역전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전의 명수_ 박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