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성찰

왜냐고 묻지 않는 세상_ 퇴우정념

정정진 2016. 12. 11. 14:39


경전에 나오는 재미난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어느 종려나무 숲에 한 그루 도토리나무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아래 살던 토끼 한 마리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저 하늘이 무너지면 어쩌지."


바로 그때, 도토리 하나가 종려나무 잎사귀에 떨어져 털썩 하고 큰 소리가 났답니다. 겁 많은 토끼는 깜짝 놀라 줄행랑을 치면서 이렇게 외쳤답니다.


"큰일 났다. 하늘이 무너진다!"


옆에 있던 토끼가 이 말을 듣고 함께 뛰기 시작했습니다. 두 마리가 세 마리 네 마리로 점점 늘어나더니, 마침내 수천 마리 토끼가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토끼들의 소란에 온 숲은 벌집을 건드린듯 들썩거렸습니다.


"왜 저래? 무슨 일이야?"

"큰일 났어. 하늘이 무너진대."


노루도 멧돼지도 물소도 코끼리도 두려움에 사로잡혀 덩달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높은 언덕에서 한 마리 사자가 그 한낮의 소란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내달리는 길목 끝에는 아찔한 절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대로 두면 다들 죽을 게 뻔했습니다. 숲의 동물들을 가엾게 여긴 사자는 행렬 앞으로 달려가 큰 소리로 포효했습니다. 사자의 기세에 놀라 그제야 동물들이 달음질을 멈췄습니다. 사자가 코끼들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인가?"

"몰라."

"왜 달리는가?"

"물소 때가 달려서."


물소 떼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왜 달리는가?"

"노루 떼가 달려서."


노루 떼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왜 달리는가?"

"토끼 떼가 달려서."


토끼 떼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왜 달리는가?"

"하늘이 무너진대."

"네가 봤어?"

"아니, 쟤가 그러던데."


까닭을 추궁하던 사자는 그 말이 겁쟁이 토끼에게서 나온 것임을 알았습니다. 사자는 숲 속 동물들과 함께 두려움에 떠는 토끼를 앞세워 하늘이 무너지는 걸 직접 봤다는 곳으로 찾아갔습니다. 그 자리에는 굵은 도토리 한 알만 뒹굴 뿐 무너진 하늘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사자는 도토리를 주워 토끼에게 보이며 물었답니다.


"이것이 네가 보았다는 하늘인가?"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영문도 모른 채 우르르 떼지어 달려가는 모양새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다들 열심히 살아갑니다. 열심히 공부를 하고, 열심히 직장을 다니고, 열심히 사업을 하고, 열심히 주장을 피력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정작 "당신은 왜 그렇게 열심입니까?" 하고 물으면, 딱히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합니다. 겨우 찾아내는 궁색한 대답이 "그래야 행복해지니까" 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는 그는 사실 "그렇게 하면 행복해진다'고 확신하지 못합니다.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래야 한다"는 말을 주변에서 수도 없이 반복해 들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러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불안합니다. 이것이 과연 현명한 행동일까요? 무언가를 열심히 하기에 앞서 한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왜 그래야 하지?"


그 행동이 당신이 원하는 행복을 담보하는 것인지, 그 행동이 도리어 당신이 원하는 행복을 파괴하는 것은 아닌지, 당신이 원하는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과 다른 행동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대사회의 변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아찔한 그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들 서로를 다그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내달림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과연 행복할까요? 어쩌면 지금 당신이 열심히 하고 있는 행동은 오히려 당신을 불행의 나락으로 이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에게는 스스로 성찰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경쟁에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을 잠시 접고, 한번쯤 진지하게 되물어야 합니다.


"왜 그래야 하지?"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한번쯤 출가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고요한 숲 속에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십시오. 분명 당신에게 내일 걸어야 할 길을 보여줄 것입니다.


출가학교_ 퇴우정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