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모음

신 없는 세상_ 허태수

정정진 2015. 12. 31. 13:25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필 주커먼 교수는 덴마크와 스웨덴에 거주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나 '신 없는 사회'가 '신 있는 사회'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를 1년여에 걸쳐 조사했다.

 

결과는 비종교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도덕적이고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 사례를 엮은 책이 '신 없는 사회'다. 이 책은 주커먼이 실시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종교의 힘이 그리 강하지 않은 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죽음을 마주하며, 초월적 존재를 현실적 존재로 만드는지의 기록이다.

 

구성원들이 성경을 많이 사랑하는 사회가 도덕적인지, 아니면 빈곤을 사실상 퇴치한 사회가 도덕적인지, 많은 구성원이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가는 사회가 윤리적인지, 아니면 어린이와 노인과 고아의 복지를 위해 전문적인 보살핌을 제공해 주는 사회가 윤리적인지 등 사회의 도덕성과 종교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살펴보며, 종교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그 내용을 엿본 결론은 이렇다.

 

믿음이 약할수록 가난한 게 아니라 부유하고, 신앙심이 깊지 않을수록 그 사회가 더 건강하다는 것이다. 되레 신앙심이 깊은 나라일수록 흉악한 범죄가 많고,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정신병 발병률이 높다는 것이다. 잘 믿으면 믿을수록 사회는 오히려 더욱 큰 병폐에 나아간다니, 이 노릇을 어찌할 것인가! 믿음이 좋은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흉악한 사회 현상이 증가한다니, 요즘 한국 사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주커먼에 의하면 '신앙심이 깊다'고 응답한 한국 사람은 52%로 57개국 중 40위였다. 스스로 우리가 제법 신앙국가라는 응답인데, 믿음이 상위인 만큼 자살률, 성폭력도 상위가 된 것인가?

 

벌 주커먼은 말한다.

 

"도덕적이고 평화로운 사회에 종교가 필수는 아니다."

 

내 생각에 답한다_ 허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