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삶의 특권이다_ 김병완
"인간이 자연에서 거저 얻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으로 만들어 낸 수많은 세계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의 세계이다."
헤르만 헤세의 이 말은 책의 세계를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들, 즉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큰 것을 잃은 채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는 말일 것이다.
인간이 스스로의 정신으로 만들어 낸 수많은 세계 중에서 가장 위대한 세계가 책의 세계이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큰 낭비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의식과 사고력이 향상되지 않아서 더 못 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손해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독서는 삶이 우리에게 부여해 주는 최고의 특권이며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독서가 귀족이나 특권층에만 허용되었던 특권 중의 특권이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자신의 모든 힘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에 쏟아야지, 여타 다른 일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 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독서야말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최대의 노력이며 도구이며 특권이며 선물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책은 읽어도 되고, 읽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읽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독서로 길러진 사고력이 뭔가를 생각할 때 큰 힘이 되고 있으며 대화를 나눌 때도 독서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라고 [독서력]의 저자인 사이토 다카시는 말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조상인 혜강 최한기 선생의 삶을 살펴보면 책이 얼마나 큰 특권인지 알 수 있다. 혜강 최한기 선생은 조선 후기 사상계의 최고 봉우리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기학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우리 역사상 가장 많은 책을 쓴 사람이 바로 혜강 선생이다. 혜강 선생은 천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고 전해 내려온다. 하지만 대부분이 사라지고, 현재는 120여 권만 전해지고 있다. 즉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120여 권이나 전해진다는 것이다.
"만약 이 책 속의 사람이 나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천 리를 불문하고 반드시 찾아갈 것이지만, 나는 지금 아무런 수고도 없이 앉아서 그와 만날 수 있으니 책 사는 일에 돈이 많이 든다 한들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는가?"
혜강 선생은 책 사기를 무척 좋아해서 책값으로 집안 재산을 탕진해 버려 나이가 들어서는 가난하게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며 특권인지 혜강 선생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평생 독서를 즐긴 인물이다. 좋은 책이라는 소문만 들리면, 조선뿐만 아니라 중국과 서양의 책들까지 아무리 비싸다 할지라도 마다치 않고 사들이는 그의 모습에서 책에 대한 애착이 느껴진다. 그가 그렇게 책에 애착을 느끼는 심정을 40대 중년들은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책만큼 더 귀한 것은 없고, 더 특권은 없다는 것을 그가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서가 왜 특권일까?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독서만큼 특별하게, 쉽게, 빠르게, 놀랍게 인간의 그 의식 자체와 사고력과 내면을 키워주고 향상시켜 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여행은 많은 시간과 경비가 들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독서는 그러한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독서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괸 물이 깊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힘이 없습니다. 물 한 잔을 방바닥 우묵한 곳에 부으면 그 위에 검불은 띄울 수 있지만, 잔을 얹으면 바닥에 닿아 버리고 맙니다. 물이 얕은데 배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충분하지 못하면 큰 날개를 띄울 힘이 없습니다. 구만리 창공에 오른 붕새는 큰바람을 타야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거침이 없이 남쪽으로 날아갑니다."
장자의 [내편]인 [소요유]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대목은 장자가 인생의 깊은 뜻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지만, 어쩌면 이렇게 독서와 독서를 통해 인생 혁명을 이룬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와 매우 닮아 있는지 필자는 실로 놀랄 뿐이다.
이 세상에는 많은 인간 군상들이 살고 있지만, 그중에서 구만리 창공에 오른 붕새처럼 큰바람을 타고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거침없이 먼 하늘로 날아간 인물들은 적다. 그 이유는 바람이 충분하지 못하여 큰 날개를 띄울 힘이 없었기 때문이며, 큰 배를 띄울 물이 깊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큰 배를 띄울 물을 깊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최고의 수단이 바로 독서인 것이며, 바람을 충분하게 만들어 큰바람을 일으켜 구만리 창공에 오른 붕새의 큰 날개를 띄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독서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누군가가 독서를 오롯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었던 그 어떤 특권보다도 나은 최고의 특권을 누린 것이라고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이다.
독서를 하기 전에는 '나'라는 인간에게 있어서 괸 물은 깊지도 않았고, 많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바람도 크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꿈만 크고, 인생의 목표만 높은 이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실수인 셈이다. 그러한 시행착오를 거듭하게 되는 원인은 한 가지이다. 자신을 키워 물을 깊게 하고, 바람을 키워야 하는데 그것을 등한시 여겼기 때문이다. 바로 자기 자신이 곧 얕은 물이며, 작은 바람이기 때문이다.
얕은 물과 같은 자기 자신을 깊은 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독서이며, 이것이 바로 특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40대, 다시 한 번 도전에 미쳐라 / 김병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