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

좁쌀 한알_ 무위당 장일순

정정진 2009. 4. 18. 19:35

<한겨레21>의 정재숙이 장일순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어째서 ' 조 한 알'이라는 그처럼 가벼운 호를 쓰십니까?"
장일순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나도 인간이라 누가 뭐라 치켜주면 어깨가 으쓱할 때가 있잖아. 그럴 때
내 마음을 지긋이 눌러주는 화두 같은 거야. 세상에 제일 하잘것 없는 게
좁쌀 아닌가. '내가 조 한 알이다.' 하면서 내 마음을 추스르는 거지."
 
 
드라마 작가인 홍승연은 이렇게 말했다.
"글씨를 써서 주시며 장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 기억나요.
'추운 겨울날 저잣거리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사람이 써붙인 서툴지만
정성이 가득한 군고구마라는 글씨를 보게 되잖아. 그게 진짜야.
그 절박함에 비하면 내 글씨는 장난이지. 못 미쳐.'"
 
 
농부인 한원식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장일순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옳은 말을 하다 보면 누가 자네를 칼로 찌를지도 몰라. 그럴 때
어떻게 하겠어?"
한원식이 바로 대답을 못했다.
"그땐 말이지, 칼을 빼서 네 옷으로 칼에 묻은 피를 깨끗이 닦은 다음
그 칼을 공손하게 돌려줘. 돌려주며 '날 찌르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그 사람에게 따뜻하게 말하라고. 거기까지 가야 돼."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