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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라는 열매_ 공지영

정정진 2009. 3. 20. 02:13

지금의 영국은 사형제 폐지 국가인데, 문제는 사형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외감이나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개발함으로써 사형당할 만한 사람을 계속 줄여온 거죠.

그런데 저부터도 그렇고, 사람들이 그런 것 같아요. 나쁜 일이 딱 발생했을 때 일단 내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싫거든요. 누군가에게 뒤집어씌워서 싹 처벌해버리면 마치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라는

망상 같은 것이 우리 모두에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제가 얼마전에 읽은 책이 <기도의 사람 토머스 머튼>인데요. 제가 토머스 머튼을 되게 좋아해요.

그분의 책도 좋아하고요. 1월 31일에 태어나서 저랑 생일이 같은 데다가 똑같이 호랑이띠예요.(웃음).

나치가 난리를 칠 때 그분은 미국의 봉쇄 수도원에 있었는데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 모든 인류는 한 나무에 열린 열매들이다. 히틀러라는 열매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가 공동의 책임을

져야 된다. 히틀러를 키운 것은 우리인데, 그는 우리의 증오를 먹고 자랐고, 우리의 보복심을 먹고 살았고,

우리의 악을 먹고 자랐다. 그것이 그에게 가서 맺혔다고 해서, 그 사람만 처단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그 말이 되게 가슴에 맺히더라구요. 그래서 그분이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죠.(웃음)

 

- 공지영의 <괜찮다, 다 괜찮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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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쁘다는 사람들 중에는 꼭 그 사람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생각은 든다.

 

나름 그들이 괜찮은 풍토에서 자랐다면 그 열매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똑같은 풍토에서 잘 자라는 사람도, 나쁘게 자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꼭 개인탓만을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그래도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