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종교

모순된 현실의 원인은 전도된 세계관_ 도법스님

정정진 2011. 8. 7. 11:42

모순된 현실의 원인은 전도된 세계관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가져온 까닭이 결코 사람들이 악의를 갖고 게으름을 부렸기 때문이 아니다. 어느 시대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삶을 아름답고 가치 있게 가꾸기 위하여 고통을 견디며 땀흘려 애쓰지 않는 자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체적인 위기를 몰고 왔으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소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지금까지 경험해온 역사현상들을 주의 기울여 살펴보면 삶의 방향과 내용을 좌우하는 원천적인 힘은 바로 세계관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어떤 세계관을 갖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노력이 모두를 살리기도 하고 모두를 죽이는 쪽으로 전개되기도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세계관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기에 천지만큼이나 다른 결과를 낳게 되는지 간단하게 살펴볼까 한다.

 

하나는, 총체적인 통찰(연기, 인류애)에 의한 세계관이 바탕에 자리하고 있으면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항상 인류애의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당연히 인류의 이상과 가치라는 보편적 사고와 기준을 갖고 현실문제를 다루게 되므로 자아(집단, 지역)중심의 이기적 상황논리에 빠져들지 않는다. 아울러 노력한 만큼 보편적 이상과 가치가 실현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다른 하나는, 자아(집단, 지역)중심의 세계관이 바탕에 자리하고 있으면 그때그때 이상과 가치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언제나 자기중심의 사고와 기준으로 현실문제를 처리하게 되므로 쉽게 자기중심의 상황논리에 빠지는 태도이다. 결국 지금 경험하는 바와 같이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노력들이 인간의 원초적이고도 보편적인 바램과는 정반대인 살상과 파괴 그리고 총체적인 위기의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문제의 심층적인 원인이 세계관에 있음이 분명하듯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길도 그곳에서 찾아야 하는 것임이 확실하다. 만약 현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서 기존의 세계관 자체에 대한 반성과 전환을 모색하지 않고 지엽적인 현상에 매달려 단순히 기술 또는 기능적으로 문제를 다루려고 하는 한 악순환을 거듭할 뿐 다른 길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어리석음을 경전에서는 물에 빠져 죽지 않으려고 도망치다가 불에 타 죽는 자 또는 일층과 이층은 짓지 않고 삼층 누각만 지으려는 자와 같다고 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기초를 튼튼히 하지 않고 제대로 되는 일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있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롭게 인식해야 할 때이다.

 

_ 도법스님, <화엄의 길, 생명의 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