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맑은 이야기_ 법정스님
' 참 맑은 이야기'중에서 ( 법정스님)
약산스님
옛날 중국 당나라에 약산스님이라는 유명한 분이 살았습니다.
스님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하루는 그 지역 주지사가 찾아왔습니다.
주지사의 이름은 이고였습니다.
이고는 당나라의 학자로 스님못지않게 명성이 높은 인물이었습니다.
원래 이고는 일찍부터 스님의 명성을 듣고 몇 번인가 관사로 초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도무지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고 쪽에서 몸소 약산스님을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주지사가 뵈러 왔다는 전갈을 받고도 스님은 못 들은체 경전만 읽고 있었습니다.
스님의 시중을 드는 시자가 가까이 와서 거듭 알렸습니다.
"스님 주지사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여전히 경전만 보고 있엇습니다.
이에 이고는 슬그머니 화가 치밀어 이렇게 내뱉엇습니다.
"막상 와서 보니 천리밖의 소문만 못하구나."
이말에 비로소 스님이 경전에서 눈을 돌려 지사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문득 소리쳐 이고를 불렀습니다.
"이 지사!"
"예?"
어째서 그대는 귀만 소중히 여기고 눈은 천하게 여기는가?
스님의 말뜻을 알아듣고 이고는 얼른 스님에게 정중히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다짜고짜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그러자 스님은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가 다시 물병을 가리키면서
되물었습니다.
알겠는가?
이고는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어리둥절 했습니다.
이에 스님은 다시 말했습니다.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물병에 있네."
이지사는 알아차린 바가 있어 스님께 절을 한 뒤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찬탄했습니다.
수행하신 그 모습 마치 학과 같은데
천 그루 솔밭 속에 두어 함의 경전
도를 물으니 다른 말씀 없으시고
구름은 하늘에 , 물은 물병에 있다 하시네.
구름은 하늘에 떠있고, 물은 물병 안에 들어있다. '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요?
언뜻 들으면 애매하고 아리송한 말 같지만 이 말의 참 뜻은 간단합니다.
말 그대로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물병에 있다는 말이지요.
즉 법 (진리)은 마땅히 있을 곳에 있는데, 어리석은 우리들은 그것이
특별한 데만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이리저리 해매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진리는 일상생활을 떠나 따로 있지 않다는 말이지요.
어느날 밤에 약산 스님이 산위에 올라가 어슬렁어슬렁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때 문득 구름이 열리면서 그 사이로 둥근 보름달이 환히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느닷없이 온 산골짝에 메아리가 울릴만큼 크게 웃었습니다.
산위에서 거닐다가 달을 보고 크게 웃는 노스님을 상상해보세요.
마치 한폭의 호쾌한 그림 같지 않습니까? 이것이 바로
대자유인의 모습이랍니다.
2003년도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법정스님'의 참 맑은 이야기
다시 읽어보니 -
마음이 환해지고 참 재미 있네요.
http://blog.daum.net/nice1102/13926523 "시와 수채화의 만남" 에서 퍼옴.